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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ㅣ 캐드펠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침내 제프리의 사망 소식과 함께 램지 수도원 측에서 보낸 두 사자가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성 바오로 수도원에도 도착했다.”
1권부터 따라 읽던 시리즈를 체감상 아주 오랜만에 다시 펼치니 즐겁다. 작품 배경인 중세인들의 삶에 다시 익숙해지는 시간도, 한결 같은 디테일도,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독특한(?) 스타일의 문장들도 모두.
담담한 묘사처럼 이어지다, 어둡고 치밀한 구조의 미스터리로 들어가는 과정도 역시 재밌다. 여전히 갈등과 범죄의 가장 큰 동력이 ‘욕망’이라는 것, 그리고 ‘신념’이라는 때론 어리석고 고집스럽고 편협한 입장도 흥미롭다.
오랜만이라서인지, 작품이 다루는 인간관계의 갖가지 복잡한 상황들이 더 정교한 기시감을 준다. 인간 사회는 어쩌면 이토록 완고하게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건지. 그럼에도 연민과 연대는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늘 존재하는지.
“만일 위니프리드 성녀님이 정말로 슈루즈베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서 램지로 가는 마차에 올라타신 거라면, 또 그분께서 계획하신 일을 인간으로서는 막을 수 없다면,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도 역시 성녀님의 뜻일 겁니다.”
장마가 시작되고 큰 비에 피해를 입은 지역들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주말에, 작품 속에서도 큰비로 강물이 범람하고 침수가 발생했다. 비가 그치고 나니, 절도와 살해가 발생했다. 현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작가는 인간이 저지르는 죄악을 다스리기 위해서, 신의 계시를 이용한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어진 2025년 우리의 현실에서는 어떤 통찰과 신념이 사회를 유지하고 개선시키는데 가장 큰 설득력을 가질까.
말끔한 이성과 합리적 방법으로는 인간 세상의 일들이 기대만큼 효과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가 참 많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 능력을 넘어선 연산 장치를 가졌음에도, 서로의 감정을 살피는 태도와 능력이 여전히 필요한 것일 테다.
재밌는 시리즈의 마지막에 가까운 19권이라 아쉽고, 20권이 있어서 안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