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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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소한 것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이 작은 해금이 알려주었다.”

 

덕분에 해금’, ‘정악’, ‘산조등에 관해 배우고 영상을 찾아보았다. 아는 바가 전무피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을 크게 느꼈다. 그 시작과 계기가 이렇게 맛깔스러운 이야기라서 어렵지 않고 재밌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게다가 저자는 음악이야기에만 좁고 깊이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무엇을 하며 산다는것에 대해, 그 밑바닥에 놓인 것에 대해, 그리하여 각자의 조각이 모여 만든 무늬로서의 삶에 대해 차분한 음조로 전달한다.

 

효율과 속도가 중요한 세상에서, 나 역시 시간을 아까워하며 조급해하는 기분으로 사는 중에, 낯설어서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 책을 만난 시간이 입원치료처럼 도움이 되었다. 담백한 문장들에서 고요하고 도저한 위로를 받았다.

 

정말 복잡하고도 요상한 악기였다. (...) 국악기를 만드는 8가지 재료, 즉 팔음(八音) - , , , 대나무, 바가지, , 가죽, 나무 - 이 다들어간 악기라고 했다.”

 

이제는 변화와 새로움이 반갑지만은 않았는데,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도 싶다. “정형화되지 않은 감각들을 어떻게 소리로 표현해낼 수 있단 말인가. “감정의 포자들을 소리로 옮기는일이란 표현 앞에서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삶의 면면은 얼마나 많을 것인지, 무언가를 배우는 태도가 곧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며 세계관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 이렇게 부족한 채로 살아가는 내 삶에 아찔한 기분이 든다.

 

정심정음(正心正音), 소란스러운 기분으로 단정한 소리를 낼 수야 없지 않을까.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의 연주가 깊어질 수 있을까. 세상만사가 그렇지 않은 것이 없지만, 관계 맺기와 변화가 울림과 떨림으로 가닿는 것이 음악 연주라고 이해한다. 시간(시대)의 구분조차 무의미해지는.

 

내가 회복되면 우리가 관계하는 이 사회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 어떤 음악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니 말이다.”

 

살다보면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때론 다친 것을 모르기도 한다. 음악은 그 상처의 감각을 예민하게 되살려, 치료와 회복을 진단하고 돕는 의료행위일 때가 있다. 인류 문명에 예술은 위무의 역할을 태초부터 해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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