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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평점 :
여름휴가에 범죄, 미스터리, 추리소설 신간을 쌓아두고 읽는 즐거움을 지난해에는 놓쳤다. 아주 오래된 루틴이라서 낯설고 아쉬웠다. 보상처럼, 다른 작가도 아닌 ‘천쉐’의 장편 추리, 미스터리, 범죄 소설을 만났다. 연휴가 즐거워진 선물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02/pimg_7391901684590109.jpg)
백만 개의 퍼즐을 맞추라는 듯 펼쳐진 장대하고 깊은 이야기들을 따라 읽으면, 작가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한 작품에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은 것이 즐겁다.
추리/미스터리 작품은 퍼즐풀기의 속도를 즐기면 전력 질주하듯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완결되고 이어지는 연작을 읽듯 고유한 스토리텔링이 있었다.
사건이 두드러지기보다 역사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들이 천천히 용해되는 화합물처럼 녹아들었다. 읽을수록 불안한 슬픔이 짙어지는 예감에 안타까웠고, 사적복수나 폭력을 전혀 지지하지 않음에도, 한 인물을 책 속에서 잡아 뜯듯 뜯어내어 아무도 못 찾을 곳에 내다버리고 싶었다.
다소 긴장감이 떨어져도 돌이킬 수 없는 희생과 많은 눈물과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덜한 결말이길 바랐다. 퍼즐 풀기보다 작품에 푹 잠기는 것이 더 좋아질 무렵, ‘그 한 단어’에 그만 ‘어떻게 된 것인지’가 스르륵 이해되었다.
짐작대로면 속상한 비극이라서, 내가 틀렸기를 바라며 읽었지만, 행복해지길 바랐던 인물은 다시 살아오지 못했다. 어떤 악인은 하나의 혹은 그 이상의 목숨이 끝나서야 겨우 죄를 물을 수 있는 설정이 현실과 겹쳐 보여 씁쓸하다.
그럼에도 이런 사적인 후감으로는 트집을 잡을 수 없는 멋진 작품이다. 일단 메시지가 분명하고 그 메시지에 무척 공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애쓰고 싸우며 만든, 그렇게 이어진 세상이고, 그렇게 이어나갈 세상이다.
내 삶도 누군가의 삶을 아주 조금이라고 더 살만해지게 만들 수 있기를 간원하고 필요한 도움이길 바랄 뿐이다. 이쪽이 지지 않을 결심을 하면, 끝까지 버티면, 그자들이 질 것이라고 그렇게 단단히 걸어가 볼 뿐이다.
책을 덮어 두고 호흡을 고르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간절해서 아름답고 약해서 강한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삶을 함께 나누던 친구들이, 기꺼이 타인을 돕는 이들이 더 그리운 밤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02/pimg_73919016845901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