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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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는 오래전 원소들로 분해된 시간, 가볼 수 없는 시공간을 미리 애틋해하며, 그 시절을 살아갈 이들을 응원하며, 엿보듯이 읽고 싶은 작품. , SF 아님 주의... 기억할 것.

 


 


장소를 묻는 건 우리가 누구인지 묻는 것과 같아.”

 

여러 명의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 구성이지만, 한 사람의 관찰자의 기록을 읽는 듯도 하다. 모두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고 각자의 서사가 모두 드라마틱하다. 내내 화성을 주요 배경으로 삼는 점이 낯설고 특이하다.

 

실험체들의 죽음과 탄생이란 점에서 등이 서늘해지고, 구형 로봇과 개의 유령이라는 점에서 기분이 느긋해진다. 독자인 내게 익숙한 지구생명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장 초현실적인 작품이다.

 

그들은 애정이라는 말을 알았고, ‘그리움이라는 말도 알았다. 그것은 끝없이 한 방향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행위였다.”

 

선과 악의 대립구도도 없고, 지구 문명의 이데올로기나 이념도 강조되지 않는다. 지구행성을 떠남으로서 이 작품은 일종의 문학적 자유를 마련한 듯도 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캐릭터에도 초밀착 감정이입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 점이 친구의 장난감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적 허용을 준다. SF가 아니라하니, 대개 내가 열심히 알아들으려한 경고나 메시지도 신경 쓰지 않고 문장들을 즐겼다.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이후 많은 인간이 우주로 나아갔지만 내 입장에서 그들은 내 피를 빠는 벼룩이나 다를 바 없었다.”

 

서사는 충분히 충격적이고 재밌다. 이질감으로 속이 부대끼는 느낌도 들긴 했지만, 그건 지구생명체와 인간 중심주의적인 사고에 묶인 내 탓일지도. 혹은 지구가 아닌 행성의 중력에 어지럼증을 느끼는지도.

 

구두점을 찍지 않은 문장이 밤의 우주선 안에 떠다닌다.”

 

마치 추리 미스터리처럼 인물간의 연관이 살짝살짝 드러나는 서사를 따라 읽다보니 분량보다 훨씬 더 풍성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중간에 한번 쉬고 다시 읽은, 어떤 의미로 과식한 작품이다.

 

흥미진진 모험의 끝에서, 마지막 페이지에서 어깨 힘이 다 빠진다. 살짝 허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여러 감정이 들지만 확실한 건, ‘예상을 벗어나는 존재가 마무리하는 예상을 벗어나는 마무리라는 것. 환영 같은 꿈을 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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