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동정탑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구단 리에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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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이기적인 감성으로 말을 남용하고 날조하고 확대하고 배제한, 그 당연한 귀결로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은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독백이 된다.”

 

한글 제목을 보고는 내용 짐작이 어려웠다. 건축과 상징 이야기인가 했는데, 작은 외형에 흥미로운 소재들과 주제의식이 신기할 정도로 다채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언어와 사유와 존재와 윤리와 사회까지 소설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다루는 시선이 즐겁다. 탁월하게 잘 쓴 학위 논문을 재밌게 읽는 기분도 든다.




 

생득적 언어를 버리고 싶어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단지 사대주의로는 설명이 불충분한 자기부정일 것이다. 실존과 현재를 부정하는 이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온전할 리가 만무하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건축가에게는 냉철한 시선으로 실현 가능한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자하의 교훈을 잊어선 안 돼. 예산을 철저히 지키고, 그리고 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해. 건축의 오류가 미래의 오류가 되지 않도록.”

 

건축은 도시를 이끌고 미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범죄를 짓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운 좋은 환경의 덕분이란 분석에 나는 동의한다. 100%는 아닐지라도 유의미한 통계로 그렀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 사회학적 분석을 차용해서 범죄와 사회구조의 상관을 물리적 실체로 거듭 경고하기 위해서 건축을 동원한다. 낯선 제목의 은 그런 용도로 구성된 건축물이다.

 

지켜야 할 행복이 없다면 죄를 범하는 장벽은 무서울 정도로 낮아집니다. 타인의 행복을 상상하는 힘이 없기에 행복을 빼앗는 일에 대한 죄의식 자체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즉 그들은 범죄자’ ‘가해자이기 이전에 최초 피해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단지 개별 범죄자 구원이 아닌,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마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설명과 설득에 실패하지 않을 유효한 방식은 무엇일까. 혈육조차도 전혀 다른 인간이 우리가 마주하는 방법은 어떤 고민을 담아야할까.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 고민을 할 수 있어 좋다. 현실은 언어로 시작되니까.



 

침묵을 모르는, 거짓이라도 엉망인 구성이라도 답을 제시하는 AI의 문장들과 정보를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건 아무리 인간이 언어와 의사소통에 서투르고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그렇다. 무결점 AI대신, 규칙이 아닌 윤리를 인지적으로 감성적으로 공감하는 인간이 더 필요하다.

 

말은 타인과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는 타워의 규칙을 읽으며 작가의 고민과 지향을 짐작해본다. 내 언어와 발화를 되짚어본다. 근미래가 될지, 현재진행형일지 모를 사회적 실험들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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