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정지혜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연작소설이니,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는다. 표지 디자인을 미리 알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역시나 놀랐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서러운 아이 얼굴 같아서 무섬증이 사라졌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815/pimg_7391901684396503.jpg)
“이 집에 혼자 남겨지길 간절히 바랐다. 오랫동안 간절히 바랐다.”
서글픈 사연이 쓸쓸한 이들에게로 옮겨가며 이어진다. 간신히 봉합된 상처처럼 아프다. #지은의방 의 지은의 상처는 결국 통증이 사라진 흉터가 되지 못했다. 서늘하게 놀라야할 드러남에서도 나는 등장인물을 애도하고 싶었다.
“사람의 냉기는 겨울의 한파보다 더 매서웠다. (...) 옷을 껴입어도 해결되지 않는 한기에 마음은 늘 시렸다.”
가족이란 혈연으로 구성되는 것만이 최선도 유일한 방법도 아니지만, 한국과 같은 사회는 여전히 사회 구성원의 출생과 성장을 가족(개인)에게 일임한다. 복불복으로 만난 가족이 남보다 못한 상태의 미성년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기다리면 된다. 반드시 때가 올 것이다. 나만 행복해질 수 있는 때가. 저 사람들에게 나의 고통을 되갚아줄 수 있는 때가. 복수를 결심한 순간 침대 모서리에서 잃어버렸던 거북이 인형을 발견했다.”
사랑이 부재한 곳에서 만개한 호러는 너무 짙어서 어두운 슬픔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815/pimg_7391901684396504.jpg)
“나는 죽은 사람들을 본다. 그중에 내 동생도 있다.”
분위기는 달라졌지만, #강과구슬 에서 이야기는 연결된다. 첫 편이 지독하게 외로운 것에 비하면, 관계가 따뜻하고 다정해서 기분이 한결 가볍다. 그렇지만 악의는 더 강하고 사건은 더 충격적이다.
“불안이 너무 커지면 스스로 마음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불안은 미끼가 되어 불순한 것들을 끌어모은다.”
아직 어린 사람이 더 어린 동생과 타인을 지켜주려는 마음, 결심, 행동은 나이만 어른인 독자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외면과 방관은 너무나 쉽고 가벼우니까. 버릇이 되면 죄책감도 옅어진다.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자꾸 보이지만 그것도 괜찮다. 그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면 나도 한이를 볼 수 없게 되니까. 그 애를 내가 지켜주어야만 하니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815/pimg_7391901684396510.jpg)
외롭고 슬퍼도 아이들은 자란다. #이설의목야 에서는 전작의 꼬맹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 결혼을 했다. 한 시절과 한 문턱을 넘어선 존재로서 다른 슬픔과 어려움 없이 살아가기를 응원하고 싶었다.
“엄마는 나를 버리지 않았는데 나는 엄마를 버리길 원했다. 내가 감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신념에 찬 영웅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철저한 계획 하에 도움을 제공하진 않지만, 각자의 처지에서 선택한 최선이 누군가를 - 설혹 이미 죽은 이라고 해도 - 돕는 전개가 믿음직한 기도 같다. 한 사람의 내부에 선함의 총량이 묵직한 것 같아서 긴장이 다 풀린다.
“남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아온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 자기 자신을 잘 보살피며 살아온 사람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815/pimg_7391901684396511.jpg)
솔직하게는 이야기들이 더 이어지기를 바랐다. 다른 인물들의 사연도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도 궁금한 것들이 많다. 내 생각의 한 타래는 목야에서 오래 서성거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