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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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틀의 토머스는 익사한 게 아니었다. (...) 강물에 씻겨 하얗게 된 그 상처는 아주 예리한 단검이 뒤에서 박혀 심장까지 찌른 자국이었다.”

 

네 권 째 읽으니 사건과 무관한 통찰처럼 캐드펠 수사가 읊조리는 담담한 암시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읽다보면 그건 내 짐작일 뿐 큰 연관이 없거나 오히려 시선을 돌리는 장치에 살짝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열정적인 젊은이일수록 어른이라면 되돌아설 지점을 넘어가 위험할 정도로 쉽게 모험에 빠져버리는 법이다. 그리고 영리할수록 더 상처받기 쉬운 것이 또한 젊음이니…….”

 

예외 없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예외 없이 애절한 사랑이 나온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 두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이 인류 문명의 통상 풍경이기도 하고, 각각이 개별적이고 흥미롭다는 점에서 에너지가 최고 누적된 사안이기도 하다.

 

축일장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달라는 우리 요구가 부당한 것입니까?”

 

축제 같은 분위기 전환이 있을까 했는데, 소란과 사건으로 올곧게 향한다. 나긋한 판타지는 들어 올 틈이 없는 역사와 사회에 밀착한 작품이다. 시공간이 상당히 낯설지만, 픽션을 논픽션으로 읽는 내 습관에 잘 맞는 분위기이다.

 

어쩌면 한밤중에 누군가가 평소의 자신으로부터 멀리 탈선해 나와, 낮에 있었던 공공연하고도 충동적인 사건에 대한 보복을 감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어쩐지 이 작품은 사연과 범인을 상당히 일찍 알아차려버렸다. 한번 읽히고 나니, 등장인물들의 고투가 애틋하게 아렸다. 누구의 소원도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삶, 사랑이 지켜지기 녹록치 않던 시절.

 

누구도 고의적으로 덫을 놓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덫이 존재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 덫은 한순간 빛을 내며 튕겨 오를 터였다.”

 

살인사건은 흔하지 않지만, 아니 어쩌면 흔하지만, 그 외에도 죽음은 일상다반사다. 누구도 죽지 않는 단 하루가 있었을까. 어느덧 나도 살아보니 인생 참 놀랍도록 짧다는 생각이 드는 아니다. 그러니 얼마 못 살고 죽을 인류가, 스스로 자초하는 죽음들이 더 안타깝다.

 

죽음은 전쟁 중엔 죄 없는 여인들에게 떨어지고, 평화로울 땐 악인에 의해 저질러지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선한 일을 하며 살아온 노인들에게, 잔인하고 무분별하게 떨어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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