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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인류의 삶을 뒤바꾼 공진화의 힘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평점 :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진화론은 꽤 충격적인 과학적 사실로 알려 주었지요. 그럼에도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호기심과 질문은 충격보다 강한 듯합니다. 진화론에 관한 대중과학서를 읽고 배우는 이들이 적지 않고 끊이지 않습니다.
을유문화사의 번역과 출간으로 만나는 세 번째 진화론 서적, 새롭다는 점에서 가장 흥미로울 내용입니다. 유전자만으로 부족한 듯 했던 설명, 문화이론만으로 미진한 듯 했던 분석을 ‘공진화’란 개념으로 더 설득력 있게 만나볼 기회입니다.
“문화는 인간 뇌의 화려한 진화적 산물이며, 뇌는 자연선택에 의해 문화를 학습하고 전파하도록 진화했다.”
얼핏 유전자든 문화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 아닌가 싶지만, 유전자가 법칙을 따르는 과학적 내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문화도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규칙을 발견하여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기본 단위로 환원할 수 없는 문화 현상 혹은 문화 전반을 추적하고 분석해서 규칙성을 발견하는 일은 엄청나게 복잡한 작업일 것이다. 배경 지식은 적지만, 이 책에서 나는 문화가 진화하는지, 그 방식이 유전자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배워보고 싶다.
“사회적 학습 과정을 유전자의 승계와 같은 독립적인 전달 체계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유전자의 진화와 문화의 진화가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2005년 출간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Gene-Culture coevolutionary Theory 저서*라는 점에 살짝 놀랐다. 거의 반세기를 모르고 살았으니, 확실히 인간은 각자의 시대를 살아간다고 할 밖에. * <Not bt Genes Alone> 로버티 보이드와 피터 리처슨
‘무엇’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을 때, 가능한 설명 방식 모두를 활용하는 것은 유용하다. 그런 점에서 문화가 인간 행동과 인간 집단을 더 잘 보이도록 돕는 것은 맞다. 새롭고 놀라운 견해는,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를 “생물학의 일부분”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화는 양육도 본성도 아니다. 오히려 그 둘 다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는 유전자나 환경으로 환원할 수 없으며, 유전과 학습을 결합하고 있다.”
문화는 유전자의 선택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선택 - 자녀 수 등 - 을 하게 집단을 유도할 수 있다. 저자는 집단 수준의 다양한 문화적 변이를 짚어보는 한편, 그 차이들이 오래 지속되고 전달된다는 특질을 가진다는 점에서, “문화에 가해지는 자연선택도 인간 행동의 궁극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비전공자 독자로서 전체를 선명하게 보고 이해할 수는 없을 지라도, 읽을수록 ‘문화’는 적어도 유전자만큼 진화의 강력한 요소이자 현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전자에 문화를 더한 이론이 오래된 질문은 물론, 현대사회에서 부각되는 고민과 질문들에 ‘문화적 진화’의 관점에서 답해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주제라서 논쟁과 숙론이 계속 요구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첫 일독 후 정리는 흐릿하지만, 언젠가 관련 논의에 관한 기초적인 지도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유전자 - 문화 공진화론이 연구를 통해 밝힐 ‘인간의 정체’가 많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