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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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는 몰라서 못 읽은 한국어 초반본에 대한 아쉬움과 10년 늦은 애도를 담아 만나보고 싶은,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문학의 힘.

 

여성이 자신을 위해 일어서는 것은, 모든 여성을 위해 일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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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흑인 여자아이에게 성장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라면, 추방당한 느낌을 의식한다는 것은 목덜미를 위협하는 면도날에 슬어 있는 녹이다.”

 

문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소개 받은 몇 편의 미극 흑인문학 작품을 읽어서일까, 아는 바도 없고 접점도 없는, 1969년 흑인 여자 아이의 삶 속으로 이야기를 따라 빠르게 입장한다. 문학이 가진 힘은 신비롭다. 간혹 기시감을 느끼는 투명인간처럼 어린 소녀의 삶을 그 풍경 속에서 지켜보듯 읽는다.

 

개념어들은 때론 공허하다. 같은 테두리를 가졌어도 그 안의 내용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우울감이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보이듯, 차별 역시 경험한 서사가 다를 것이다. 일기장을 공개한 듯 더없이 솔직한 자전 소설은 어린 마야의 아직 내가 되지 못한시간들이 차별의 구체적인 기록이자 메시지이다.

 

부인 말로는 무지는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되지만 문맹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학교에 다닐 수 없었어도 대학교수들보다 더 아는 것이 많고 심지어 지혜로운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저주에 걸려 백인인 외모를 잃었다고 상상하는 일, 백인 작가의 작품을 애정하게 되는 일, 백인 하느님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일 등은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그만큼 더 늦추게 만든다. 주류가 아닌 지구상의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소외와 박탈과 부정을 경험을 공유한다.

 

한 종으로서 인간은 그야말로 혐오 그 자체였다. 우리 모두가 그랬다.”

 

마야가 성장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흑인이 아닌 다른 누구도 겪지 않는 일들은 아니다. 자전 소설이기 때문에, 일련의 갈등이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질주하는 느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발견이라는 성장 과정을 훨씬 더 차분하게 읽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순탄하기만 한 삶은 거의 없으니, 상처가 난 대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한다고 어느 날엔가 배웠다. 그렇다고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을 판단하고 싶진 않다. 다만... 성장기였기 때문일까, 놀라운 생명력으로 다양한 상처들을 별 것 아닌 것처럼 다 견뎌 내고 계속 살아가는 모습이 놀라웠다.

 

마지막 선택과 결말은 뜻밖이었다. 어머니의 반응도 놀라웠다. 아무도 이들을 끝까지 좌절시킬 수는 없어 보였다. 덕분에 마야의 삶이 책장 너머로 계속 이어지는, 창작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연속성을 느꼈다.

 

지금의 나는 새 장에 갇힌 새는 쳐다보기도 어렵겠지만, 노래라도 부른다면 듣기도 마음 아플 테지만, 거대한 시스템에 갇힌 채로, 태어난 사회에 맞춰 사회화된 채로 살아가는 모두의 처지가 그리 다르지도 않다. 그러니, 살아남는다는 것은,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놀랍도록 강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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