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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외심 -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경이의 순간은 어떻게 내 삶을 일으키고 지탱해주는가
대커 켈트너 지음, 이한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awe’라는 단어를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some' 적당하면 좋지만awesome, 'full' 가득이면 곤란하다aweful. 읽기 전엔 경외심이란 특별한 놀라움을 목격하고 인간이 겸손하게 두려움을 느끼는 정서라고만 알고 있었다.
어릴 적엔 우주의 비밀 같은 것을 주로 떠올렸지만, 지금은 다른 'awe'에도 관심이 많다. ‘경외심’을 과학으로 학문으로 다룬 책,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즐겁고 행복하게 읽을 기대에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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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던 세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신비를 마주하고 경외심을 느꼈던 때는 언제였나요?”
예상대로다. 이 책은 ‘경이’에 대한 다채로운 재밌는 연구들과 이야기들로 가득했고, 나는 스물다섯 장의 필사 앞에서 좌절감을 느꼈다. 잘 정리할 자신이 없어서 그렇고, 스물다섯 장으로는 제대로 소개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
우선 ‘경외심’이 종교적인 체험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정리해줘서 가장 기쁘다. 처음부터 내게 부재했던 종교적 경외심을 제외하고, 과학을 통해서, 타인을 덕분에, 음악과 미술과, 구도에 다르지 않는 치열한 고심을 통해 얻은 작은 통찰들에서 느끼는 경외감이 번듯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행복하다.
“경외심이란 세상에 대한 기존 이해를 뛰어넘는 거대한 무언가와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 우리가 삶의 거대한 신비와 맺은 관계에 대한 정서다.”
‘경외’ 혹은 ‘경외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도, 왜 다루는지, 왜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지, 경외심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이런 질문들에 나처럼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밌는 교과서같이 반가울 책이다.
‘경외심’의 종류도 다양하고* 사람에 따라 반응의 양상도 그럴 것이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경험은 내겐 없지만, 흔한 표현인 것으로 미루어 그런 경험을 한 부러운 이들도 많은 듯하다. 내게 가장 흔한 경험은 심장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느낌인데, 나이가 드니, 경외심의 효능(?)도 다양해졌다.
* 경험담들은 경외심만의 특정한 분류체계로 유형화될 수 있다. 삶의 여덟 가지 경이.
감탄과 자각과 절감과 행동양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그런 계기가 어리고 젊은 날에 내가 느낀 경외심이 내게 미친 영향이었다면, 지금은 주로 구원과 도움을 받는다. 특히 평생 소리에 민감했고, 청력은 약화되어도 감각은 더 예민해지는 이 불편한 시기에, 어떤 음악은 내게 비상약처럼 치유와 진정의 효과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조성진의 연주를 듣고 있다. 아니 독서를 위한 처방책처럼 도움을 받았다. 수십 수백 번 들은 연주가 많다. 평생 처음 단 한 순간도 불편하지 않은 연주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경이롭고 경외심이 든다.
“다른 연구들도 인간은 경외심을 느끼면 기본 상태의 자기가 사라지면서 (...) 경쟁적인 마음가짐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상호 의존적이고 협동적인 개체들로 이루어진 관계망의 일부임을 지각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흥미로운 내용은 ‘경외심’이라는 정서경험을 한 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이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변하고, 행동이 바뀌고... 언어도 아닌 경험이 이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것이 경이롭다.
그런 경험을 한 이들은 그것을 전하고 싶어 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아름다운 유산들은 전해주려 애쓴 이들이 남긴 것들이다. 나는 그 노력 자체에 경외심이 든다. 쓰레기 말고 나도 무언가를 남겨줄 수 있기를.
거듭 예상대로 잘 줄여 소개하기가 안 된다. 17장 필사를 앞에 두고, 환기를 위해 책에서 소개받은 “경외심 걷기awe walk”**를 하러 나간다. “말이 거창하지 사실은 그저 걷기 명상, 순례, 등산, 배낭여행, 저녁 식후 산책 등에서 경외심을 찾던 보편적인 인류 전통”이란 설명에 행복하다. 바로 따라할 수 있는 오래 하던 걷기.
매번 새로운 존재를 마주하고, 변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걸으러 나가는 행위’ 자체가 경이로운 존재 방식이다. 다른 존재들이 살아가는 풍경은 늘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타인이든, 인간 아닌 존재들이건 다를 바가 없다.
보드라운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늘 편지를 받은 듯 반가운 기분이 든다. 저 바람 속에 섞인 수많은 소식들, 나 이전에 살았던 수많은 존재들. 호흡이 신성한sacred 이유 중 하나는 지구 역사의 증거이자 흔적이자 어쩌면 새로 탄생할 생명들의 여행 같은 이 공기를 마시고 내뿜기 때문이지 않을까.
산책하면서도 여러 문장이 떠올라 즐거운, 이렇게 재밌는 심리학(?) 책은 처음이다. ‘경외심’을 공감하는 많은 동료 독자들이 생기면 좋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울 것이다. 온통 경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