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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 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4년 6월
평점 :
“읽을 만하게” 썼다는 저자의 말을 믿고 읽어나갔다. 1차 서적이 아니고, 저자가 주최한 세미나 내용들과 저자가 강독한 강연 등과 함께 잘 어우러진 철학 에세이로 읽힌다. 푸코 철학을 혼자 공부해보기 좋은 다정한 책이다.
전공하지 않아서 기억나는 몇 개의 푸코 철학 어휘를 실마리 삼아, 확인하고 생각하며 읽어야 맥락이 잡힌다. 푸코 철학에 대한 지식 분량에 따라, 저자가 풀어내는 통섭된 이야기와의 연계성을 달리 파악할 듯하다.
‘실존’과 ‘예술’을 ‘통제’하는 ‘권력’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서, 회복을 위한 비판과 저항을 이야기한다. 어휘는 달라도 메시지와 의미는 비슷한 제안들을 적지 않게 만나는 이유는, 포장과 과시가 중요한 시절이기 때문일까.
“이 비정한 경쟁대열로 맹렬히 달려가지 않는 삶을 낙오자의 삶으로 등치시키지 말자. (...) 삶의 예술가 되기란 예속화 상태에 저항하는 자기창조다.”
푸코가 설명하는 ‘비판적 태도’는, ‘권위’를 거부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저항과, 부당한 법(들)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지에 적용된다. 또한 ‘무비판적’으로는 어떤 권위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에 적용된다.
“비판이란 자발적으로 ‘권력, 진실, 주체의 연루관계를 분석, 해명’함으로써 국가통치에 대항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불복종’은 권리이자 의무인 사회적 실천이라고 철학자들은 전해왔다. 새삼스럽지만, ‘비판적 태도’가 반드시 필요한 사회 각 부문에도 부재하고 부족하고 외면 받고 고려되지 않는 사회의 현실 풍경이 참담하다.
“경제학은 한 국가 내부에서 스스로 주권을 행사하는 주권자의 법률적 형식을, 한 사회생활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으로 출현하는 것, 즉 경제절차로 대체합니다.”
근대 권력과 지식을 논하는 내용은, 여전히 현대에도 유용한 면이 있다. 권력과 지식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이해관계를 초월한” 지식은 없다는 뼈아픈 작동 방식은, 인간의 실존 양식 일반에 대해서도 숙려를 요청한다.
“타인을 지배하는 자는 자기를 지배하는 자라야 한다. 그렇지 못한 자가 지배권을 갖게 되면, 타인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 권력자는 자기지배력이 필수 (...) 가능하게 하는 덕목이 바로 절제다.”
‘자아’라는 것이 실은 뇌의 구성물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는 뇌과학의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인지’ 기능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존재로서, 발밑이 흔들렸달까. 가만 더 살펴보면, 명칭이 무엇이건 - 자아든 주체든 -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건들의 파생물, 사회와 관계를 형성한 결과인 일시적 구성물” 이외에 영존하는 것은 없다.
길지 않은 삶이 한층 더 허망하게도 느껴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집중해서 타인의 지배력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갈 미학적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유의미하지 않을까. ‘죽음’이 ‘삶’을 지각하고 회고하게 만드는 것처럼.*
* <주체의 해석학>, 심세관 역, 동문선, 504-5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