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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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관련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시료 샘플에서 아미노산이 다종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아미노산...이라니...! 순간적으로 우주가 여러 생명체로 가득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뿐인가... 이런 질문은 근원적인 쓸쓸함을 품은 채로, 계속 반복되는 것들이다. 어쩌면... 지구 밖에서 유입된 아미노산이, 지구 대기와 햇빛에 노출된 채로, 현재의 지구 생명체를 만들었다면, 우주 여기저기에도 그런 과정이 있었을 것만 같다.

 

“2019222일 오전 72910(일본 시간), 하야부사2는 소행성 류구에 사뿐히 닿았다. (...) 별의 부스러기라는 포획물을 꽉 움켜쥔 후 드넓은 우주도 다시 날아올랐다.”

 

10년 동안 세계 과학자와 일본 기술자들이 함께 한 프로젝트가 여정을 떠났다. 관객이자 지구인으로서 결과가 궁금하지만, 그 여정에 도달하기까지의 시행착로, 고군분투에 대해서는 공개된 정보를 얻을 거란 생각을 못했다.

 

이 책은 즐겨 읽은(아직 미완) <우주형제>를 종종 떠올리게 하는 계획과 도전과 좌절로 가득하다. 단 열매만 먹고 싶었던 나는 덕분에 왁자하고 생생한 기술 개발과 적용 과정을 가상 체험하듯 상상하며 그 시간을 문장 속으로 걸어보았다. 무엇보다 왕복 비행하는 탐사선 무게가 500kg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충격적으로 놀랍다.

 

“JAXA는 우주개발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이다. 하나의 개발이 끝나면 다음 개발을 위해 체제가 바뀐다. (...) 당시 나는 39살이었다. JAXA 통틀어 그 나이네 프로젝트 매니저가 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내가 희생양이 된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세계 최초란 수식어가 붙으면 관심이 잠시 집중되지만, 각광 이후에 고민해야할 것은, 우주탐사의 목적, 의도, 영향력, 사회적 책무일 것이다. 어쩌면 현재 대부분의 인류는 상상하기 힘든 미래에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이 어떻게 파생되어 생겨날 지도 모를 일이다.

 

관심이 큰 독자라면, 비행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선체 설계, 핵심 기술, 괴짜(?) 기술, 팀 구성 등, 하야부사2 계획의 상세 포인트를 짚어주는 이 책을 크게 반길 것이다. 류구의 중력장 계산을 하는 내용을 읽으며, 중력 이론으로 학위를 받은 친구 생각이 났다. 논문이 최종 통과되고 나서 반려견에게 공을 던져주다가, “그런데, 이 공 왜 떨어지는 거지?” 자문했다던.

 

우리 목표는 최고 품질의 탐사선을 만드는 게 아니라 미션을 달성하는 거라구.”

 

투자비용이 클수록, 참여한 이들이 많을수록 실패는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무수한 실패가 당연한 과학실험은 그래서 쓰디쓰다. 실패로만 성공을 향한 데이터를 찾을 수 있고, 한걸음씩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고단하다. 그 과정을 견디는 사람은 프로젝트와 함께 성장한다.

 

나는 그걸 견딜 수 없어 전공과 거의 무관한 삶을 택했지만, 3억 킬로미터 떨어진 미지의 천체에 오차 1미터로 착륙한 우주실험을 이 책을 통해 만나서, 오래 전 어느 날처럼 실컷 상상하고 한참 즐거웠다.

 

어릴 적엔 아무 것도 모르면서 과학자가 되고 우주인이 되어 사는 삶이 흥미진진해보였다. 구체적 이미지는 바뀔 지라도, 나는 여전히 어린이들이 설레고 가슴 뛰는 미래상을 가져보는 순간들이 많기를 바란다. 그 어린이들을 든든하게 도울 어른들이 많기를 바란다. 미래에 희망이 있기를, 즐거운 기분으로 어른이 되기를 고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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