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 - 고장난 장난감, 무료로 고쳐드립니다
장난감 박사 지음 / 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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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9월에 개원한 병원(?!)인데 이제야 소식을 듣는다. 비영리 봉사 단체, 국내 최초의 장난감 병원*, 평균 나이 75, 열두 명의 할아버지들, 동요 가득한 공간, 북유럽 어디가 아니라 인천시 미추홀구의 어느 지하시민상가. 동화 같은 현실이다.

 

* 병원 이름 키니스kinis: 키드와 실버의 합성어(kid+and+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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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장난감에 둘러싸여 있는 제게 장난감이란 무엇이냐물어도 그 실체를 명확히 규정짓지 못하겠습니다. 장난감이 없는 세대였기 때문이에요.”

 

설레며 펼쳐본 페이지에는 어린 시절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을지 궁금한 연령대의 박사님들이 계신다. 흔히 상상하는 공산품 장난감들이 없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거나 사물에 의미를 부여해서 재밌게 놀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뭉클하다. 자신이 어린 시절에 만나본 적 없는 장난감들을 위한 병원을 만드신 것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장난감이 어떤 의미인지 곰곰 생각하시는 것이.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이 없도록 후원과 기부로 이어지는 활동이.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장난감이 없거나 모자라서 아쉬워하는 아이가 세상에 없도록 계속해서 장난감을 고쳐 선물하는 것이 지금 키니스 장난감 병원의 꿈입니다.”

 

퇴직 후 사회적 활동을 할 자리가 사라진 분들의 심정을 다시 헤아려보고, 나의 노후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보고, 타인의 노동력을 공짜로 사용한다는 것이 불편해서 달갑지 않던 봉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이란 곳이 있다는 것도 배운다.

 

** 봉사: 남는 시간에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부러 시간을 써가며 하는 것/ 자기 주머니에서 어느 정도 경비가 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

 

장난감은 어린이의 몸과 성장을 돕습니다. 말하자면 한 사람을 어떤 어른으로 키워낼 것인가하는 심오한 철학이 들어 있는 것이지요. (...) 장난감 안에는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한 조각이 들어 있다는 말이 됩니다.”

 

애착담요와 애착장난감이 있었고, <토이스토리>의 팬이기도 한 나는, 21세기의 아이들이 여전히(?) 장난감을 소중히 여기고, 망가뜨리는 당사지이기도 하지만, 아픈 장난감을 병원에 보내 고쳐달라고 하는 장면이 반갑고 사랑스럽다.

 

우리 병원에 장난감을 맡길 때는 입원 치료 의뢰서를 작성해야 해요.”

 

아이의 장난감을 택배비를 내어 장난감 병원으로 보내주는 부모들도 멋지고, 장소와 공구와 유지비는 어떻게 하나 싶어 걱정이지만, 기꺼이 무료로 치료하는 박사님들도 멋지다. 그래도 급여와 병원 관리비는 안정적으로 마련되면 더 좋겠다.

 

한낱 어린이 물건이라며 얕본다면 글쎄요, 이 사람이 아직 어른이 되기는 멀었구나... 생각합니다.”

 

읽어 나갈수록 이 병원의 존재도, 박사님들의 활동도 귀하다. 일렬로 줄 세워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는 것에 열광하고, 주류와 정상성과 수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무가치하게 여기고,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일이 쉽고 거침없는 시절이라서 더욱.

 

무엇보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한 중년 독자로서 어른의 생각과 태도를 배우는 고마운 기회였다.

 

어른들의 배려와 애정을 경험해본 아이는 훗날 사회에 그것을 되돌려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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