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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 부마민주항쟁 ㅣ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다드래기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하고 자료나 작품이 드물었던 부마민주항쟁에 관한 역사만화가 출간되어 반갑고 기쁩니다. 가독성이 좋고 생생한, 보다 더 정확하게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저항의 역사를 배우기 위해 만나 볼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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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부마민주항쟁에서 마산항쟁에 참여하신 유진숙 선생님의 구술 녹음을 시작하겠습니다.”
‘부마항쟁’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써보니 몇 단어 몇 문장이 채 안 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실제 정보량은 부정확하거나 부재한다. 사건명과 연대기로 역사를 외워버린 버릇 탓도 있을 터.
아무리 정교해도 축약된 기록인 역사기록은 체험되는 힘이 약하고 장기기억화되기도 어렵다. 이럴 때 문화 체험 - 문학과 예술 - 이 큰 도움이 된다. 문학은 때론 영상보다 생생한 독자 고유한 속도의 체험이 된다. 비극일수록 접근성과 가독성이 좋은 만화가 도움이 된다.
한국현대사를 기념하는 기록물인 이 시리즈는 꾸준히 읽고 있다. 매번 반갑고 매번 도움을 받는다. 관련 조사를 인터넷에서 하긴 했지만, 이 책의 장면과 대화가 아마 가장 오래 남을 것 같다.
“니 그그 아나? 마산에서 데모가 일어나면 정권이 바뀐대이.”
1979년 10월이 멀지 않다. 물리적 시간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른 말하고 당연한 저항을 하는 시민을 공권력이 어떻게 빨갱이로 모는지, 관제언론이 얼마나 비겁한 침묵에 능한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조직과 인간의 모습이 어떤지. 매일 반복되는 장면처럼 친숙하다.
“군대의 가혹한 진압으로 항쟁의 불길은 일시적으로 잦아들었지만, 그 여진은 소리 없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은 권력이 있다 해도, 한국 현대사는 이승만 독재, 4.19 혁명, 부마민주항재,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거치면 민주주의를 토착화시켜왔다. 이를 부정하는 이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이들과 다를 바 없다.
“독재자의 그늘에서 자라난 독버섯처럼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학살을 마다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물론 기대를 짓밟는 퇴행 역시 반복되었다. 그러나 시민 항쟁 역시 멈춘 적이 없다. 참 고단한 일상과 사회공동체의 경험을 겪으며 살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늘 시민들이 “스스로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분출되어왔다.
그러니 가까운 역사를 조금 더 정화하게 상세하게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2019년 정부는 공식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하게 지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반드시 변화시킨 것들이 있다. 그러니까,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 힘을 내자. 많이 이들이 함께 하면 힘이 덜 든다.
“앞으로도 할 게 많다, 그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