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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대화 공부 - 서로의 차이를 넘어 품위 있게 공존하는
켄지 요시노.데이비드 글래스고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어휘, 인내심, 깊이 등등... 대화에 필요한 것들이 늘어나도 부족할 판에 솔솔 사라지고 있다. 어떤 고약한 인간으로 살게 될지 나는 내 매일과 노후가 걱정이다.
부제는 어렵고... “서로의 차이를 넘어 품위 있게 공존하는” 원제는 더 어렵다. “Say the Right Thing: How to Talk About Identity, Diversity, and Justice” 어른이 올바르게 말해야 하는 것에는, 정체성, 다양성 그리고 정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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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안에는 배울 게 끝이 없다는 건 거의(?) 확실한 진실이라서 사는 게 쉽지 않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할 때는 물론, 알던 사람 역시 살아 있는 한 변하기 때문에 - 자신도 마찬가지 - 만남과 대화는 늘 업데이트되어야한다.
대화란 지식과 순발력과 기타 등등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고도의 능력이다. 모두 다른 존재들이 대화한다는 건 어떤 의미로 기적이자 불가능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잘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내가 짐작한 일반적이고 이론적인 대화이론이 아니었다.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면 귀 기울이게 되듯, 사적이면서 사회적인 이야기가 가독성이 크다. ‘사회 정체성’에 관한 대화, 라는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로서 자신들을 찾아온 이들의 지지가ally가 되려고 함에도 대화 실패를 겪는다는 고백이 더 열심히 읽고 싶은 동기부여가 된다. 나는 어려운 일을 쉽다고 하는 이들을 전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곱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워크숍에 참가해서 내용을 배우는 것은 물론, 대화 실습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내용이다. 상황과 사회시스템은 다르지만, 대화와 소통의 문제에 있어 공통적인 고민들 - 회피, 굴절, 부인, 공격 - 이 더 많아서 유의미하고, 짐작한대로 숙지와 실천은 쉽지 않다. 그래도 원칙들과 주의하고 탐구할 유형들을 꼭 잘 배우고 변하고 싶다.
“견해차가 계속 좁혀지지 않을 때는 ‘존중하는 태도로 부동의해라(내 번째 원칙). 그리고 상대방에게 보상해야 할 때는 ’진심으로 사과해라‘’(다섯 번째 원칙).”
나는 대화의 출발이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편견이 있다”는 걸 모두 인정하고,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는 공통 상식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게 가능해서 대화의 태도와 내용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상상을 자주 한다.
좋은 책과 강연과 다른 이들의 글을 통해 배운 것이 혼자한 공부보다 백만 배 더 많다.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채로 살아온 세월에 심하게 놀라기도 하지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 고맙다. 이젠 대중과학서로 뇌과학도 배우는 시절이다. 조금 조금씩 서로 알려주고 배우고 하는 일상도 당연해지길 바란다. 대화와 소통에는 다양한 지식이 많이 필요하고 늘 충분하지 않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고 무지를 고칠 수 있다. 그것이 무지의 인지다. 더 골치 아픈 것은 무지의 부지*다.” * 무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 변화가 더 어렵다.
저자들이 단지 지식을 늘리고 개인이 내적 변화를 만드는 일에 멈추지 않고, ‘밖으로 향하는’ 실천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고 반갑다.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다음 행동이 꼭 필요하다. 변화는 행동으로만 만들 수 있다.
“‘나는 사과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 잘못을 고치는 방법은 피해를 바로잡는 것이다.”(정의회복CLT 이사 코린 맥Corine Mack)
“행동으로 저지른 잘못에서 말로 빠져나올 수는 없다.”
그 변화는 구조적 해결까지 가야한다. 지난하고 고되고 못하게 하려는 방해는 강력하지만, 목표와 도착지가 분명히 그러하다는 것을 잊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자연인이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 사는 인간에게 다른 정답은 없다.
“잘 설계되었다면 시스템은 대규모로 사람들을 돕는다. 잘못 설계되었다면 시스템은 어떤 개별적 실수보다도 널리 피해를 확산시킨다.”
위계를 만들도 정하는 인간의 오랜 버릇. 아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인지하고 있다면 주의할 수는 있다. 역지사지가 도움이 된다. 누가 내게 가르치려드는 것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자는 ‘동료’로 다가올 때 더 귀 기울여 듣고 싶어진다는 것.
소개하지 못한 내용이 빙산의 나머지 부분처럼 더 많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읽고 더 자주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