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의 흑역사 - 인간은 믿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
톰 필립스.존 엘리지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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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거짓말을 즐기는 사람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다 기억 해야해서 무척 부지런해야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뇌과학은 인간은 누구나 거짓말을 매일 하며 산다고 한다. 오늘도 난 거짓말 안 한 것 같은데...

 

음모론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퍼트리지는 않았지만 휘둘려서 은밀하게 믿거나 의심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인간은 왜 이렇게 낭비적인 일을 할까. 분했다. 시간 낭비처럼 느껴져서.

 

화를 낸다고 싫어한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럴 바에는 철저히 정체를 파악하는 편이 낫다.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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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구도 음모론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 우리 뇌는 패턴 찾기에 워낙 능해서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패턴도 보인다고 착각한다.”

 

어릴 적 꽤 무서운 이야기부터 웃긴 이야기까지 귀에서 귀로 전해지던 시절이 덕분에 기억난다. 아주 어릴 적에도 음모론은 혹할 매력이 충분했다. 저자가 사례를 들면서, 누구 잘못인지,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지목하지 않아서 편안하다. 음모론은 왜 계속 만들어지고 왜 계속 퍼져나가고 설득력을 가지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음모론이 난데없이 뚝딱 생겨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전부터 있던 형태가 새로운 사회적 맥락에 맞게 수정 보완되어 등장하는 게 보통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 어쩐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인간은 도대체 언제부터 거짓말을 거침없이 능수능란하게 해왔는가... 왜 이런 진화의 방향을 택한 걸까... 와중에 내용은 웃기고 재밌다.

 

음모론이 성행했던 이유는 뭘까? 극적인 사건이 평범하거나 임의적인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례성 편향의 효과다.”

 

솔직하게 관심이 가는 건 고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인간 세상을 떠돌며 영향력을 뿌려대는 지금의 들이다. 너무나 이상하고 허접한 이야기도 있는데, 모든 썰에는 그걸 믿는 이들이 존재한다. 내 알바가 아니라고 더 자주 말하고 싶다. 인간으로 사는 일이 종종 너무 버겁다.

 

인지적 편향이 작용한다. (...) ‘행위자성agenticity’이라는 것으로 패턴에 의미와 의도, 행위자를 부여하려는 경향을 가리킨다. 패턴을 감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패턴을 일으킨 주체가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 이는 우리가 가진 마음 이론때문이다.”

 

내 불호와 거부감은 아무런 힘이 없고, 이런 썰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이야기를 만들고 믿는 인간의 문명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또 궁금하다. 왜 이런 진화...ㅠㅠ

 

자기는 믿지 않더라고 음모론을 통해 정치나 국제 관계 등 현실에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결국 중요한 것은 (...) 음모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느냐다. (...) 아무리 터무니없는 음모론도 세상의 누군가는 믿기 마련이다.”

 

어쨌든 이렇게 누덕누덕한 흑역사가 인류의 초상이고 기록이다.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여기는, 내가 굳건히 믿고 있는 것들이 어쩌면 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썰과 나의 흑역사는 당시의 내가 누구인가는 어렴풋이 알려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음모론의 황금기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이런 시기는 처음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 오늘날의 초음모론은 지난 수 세기의 음모론을 원천으로 삼고 있지만, 규모나 형태, 그리고 현실에서 괴리된 정도가 현격히 다르다.”

 

과거엔 거짓과 진실이라는 두 가지를 구분하자는 제안이 있었다면, 이제 세상은 거짓, 착각, 망상, 오해, 음모 - 덜 유해하거나 심각하게 유해하거나 -, 악의, 선동... 더 많아진 구분 목록들이 난무한다.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공한 가이드를 읽었다. 자문도 해보았다. 도무지 늘지 않는 지혜와 혜안이 조금은 더 생기길 간절히 바란다. 이불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끄러운 흑역사가 가득하지만... 앞으로 좀 더 잘하자...

 

우리는 음모론을 심각하게 간주해야 한다. (...) 간편한 서사에 매몰된다면, 가짜 패턴에 속는다면, 모든 불행의 배후에는 사악한 악당이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면 (...) 우리 삶을 좌우하는 숨은 힘의 진짜 패턴을 세심히 밝혀내는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런 작업을 하지 않으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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