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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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올드한 표현이지만, ‘천직을 수행하는 듯한 이들이 계시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에서 배우는 것들도 즐겁지만, 저자와 문장이 주는 느낌에서 받는 힘이 좋다. 내게 없고 내가 못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나는 위로를 받는다.

 

우물쭈물하지 않고 솔직하고 군더더기 없고 오랜 성실한 경험에서 배운 것을 자신 있게 나누는 글. 가제본으로 200쪽이나 읽었지만, 이후 내용이 무엇일지, 얼른 더 읽고 싶었다. 읽을수록 피로가 회복되는 신기하게 유쾌한 책이다.

 

처음 들어본 신조어(?), ‘알빠노에 웃으며 이어읽기를 시작했다.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에 그렇게 살기 어렵지만, 속으로는 수백 번 외쳤을 법한 말이다. ‘내가 알 바 아니다!*’ 내 식대로 바꾸면, ‘그게 내 잘못은 아닐 텐데!’

 

* 알프레드 아들러가 제안한 과제의 분리’. 내가 남의 과제까지 해결해 주지 말자는 것.

 

특히 상대가 먼저 이기적이고 무책힘한 알빠노를 시전한 경우, “합리적 알빠노로 내가 대응할 수 있다면 문제 해결, 관계 관리, 스트레스 감소를 돕는다. 예를 들면, 악플은 안 읽는 게 최선이지만, 혹 눈에 띈다면 부디 힘차게 알빠노하시길 응원한다.

 

기억할 점은, ‘알빠노’, 각자의 과제를 분리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의 목표가 아니라 입구(알프레드 아들러)”라는 것이다. 서로를 철저히 배제 분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한 밀착 상태를 정리하고 필요한 거리를 확보해서, 이상적으로는 서로가 좀 더 편안해지자는 것이다.

 

이는 내가 주로 하는 외면과 회피와도 다르다. 저자는 인간관계의 갈들을 피하지 말고 부딪히는 것이 성장하는 방식이며, 나답게 살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타인과 싸운 기억이 잘 없는 나는 관련 고민이 많다.

 

늘 유용한 조언인, “난다는 것과 낸다는 것의 차이는 평생 기억하고 싶다. 주어와 목적어에 짜증등 어떤 감정 반응이라도 활용 가능하다. 감정이 생기는 것이야 말릴 도리가 없지만(해탈에 이르지 않는 한), 그 감정을 타인에게 쏟아내는 것은 하지 않고 살 수 있기를.

 

타인에게 감정을 솔직히 표출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도의 부정적인 감정 표출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잘못한 점을 스스로 돌아보게 해줍니다.”

 

분노의 다양한 형태 - , 짜증, 성가심, 격노 등 - 에 대한 설명과 분노가 가진 힘 - 유일하게 우리가 행동화하게 만드는 정서 - 이란 정의가 좋다. 분노는 없애기보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에 대응하는 힘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은 움츠러든 방식이 아닌 행동하는 방식이 된다.

 

인지적 공감에 대한 예시도, 공감만 말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행동이 진짜라는 지적도 기분 좋은 일침이다. 말만 하는, 공치사만 남발하는, 그런 식의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태도는 얼마나 많았던지.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그건 가짜!”라고 분명히 말해주는 책이라서 즐겁게 위로 받으며 읽었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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