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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평점 :
10주기... 10년이 더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그날 이후, 추모 리본은 제 빛을 잃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기억의 힘을 믿는다. 잊지 않는 이들이 아주 많아서 안도하지만,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을 위로하는 풍경은 너무 아프다.
“그들이 누리지 못한 삶은 매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갱신될 것이다. 그 어떤 말들 앞에서도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이 무거워 쉽게 고개 들 수가 없다.”(김애란)
처음부터 연재 에세이를 읽지는 못했다. 읽기 시작한 후에도 더러 눈으로만 읽고 잊거나, 한동안 새하얗게 잊고 살기도 했다. 그러니 기록은 정말 중요하다. 기록이 있으니, 늦더라도 빠진 시간을 주섬주섬 채워넣을 수 있다.
“직접 겪지 않고 옆에서 목격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 적어도 지금 유가족분들이 이뤄내려고 하시는 진상규명.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 세월호 참사를 계속 유효한 이슈로 만드는 것. 이런 일들은 다른 사람들이 도울 수 있으니까.”(이슬아)
봄꽃 중에서 노란 꽃을 보면 노란 리본이 떠오른다. 모니터 화면만 켜도 눈물이 흐르던 트라우마의 시절이 지나, 바뀐 사람들이 바꾸고 싶었던 세상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궁금한 시간이 되었다.
“이전까지 나는 기억에 ‘굳히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제대로, 맞는 형태로, 단단히 굳는 것을 지키고 서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잊제야 한다. (...) 이 공공의 기억을 확립하지 못하고서는,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정세랑)
그건 권고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국가 차원의 세월호 대책과 무관하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들이 읽고 기록하고 곁에 서 있던 그런 순간들과 관련이 있다. 여러 번 건넸지만, 늘 좋은 인사를 반가운 분들로부터 이 책 속에서 받고 나도 보낸다.
“슬픔의 기억력이 좋아질수록 훗날, 이 슬픔을 그대로 물려주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진실이 기억하는 느린 진심은 어떻게든 돌아오게 되어 있다. 우리는 떠나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지켜낸다.”(서윤후)
‘전원구조’라는 악랄한 오보의 붉은 글씨는 흐려지는 법이 없다. 이후 지속된 눈물과 슬픔에 오래 잠겼던 질문들이 점점 더 분명한 윤곽선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기억은 같고도 다르다. 그러니 50분이나 다른 목소리가 더 반가운 큰 위로다.
“편리한 세상 속에서 기억은 힘을 점점 잃을 것이다. (...) 인간성과 이타심을 유지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효율적이지 않은 일로 판정되고 미끄러진다. (...) 4.16이라는 숫자를 외워본다. 지킨다는 건 본래 효율적이지 않고 불편한 일이다.”(황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