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그 말이에요 -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김제동의 밥과 사람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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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의 활약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TV를 보는 시간이 적어서도 그렇겠지만, 실컷 웃으며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김제동은 ‘헌법’을 읽자고 해준, 보급형 헌법 책을 유행시켜준, 헌법 독후감이 여기저기 눈에 띄게 해준 몹시 반갑고 인상적인 사람이다. 


헌법은 각 가정에 하나씩 구비해두면 좋겠고, 다들 한번은 읽었으면 좋겠다고 오래 생각했기 때문이다. 헌법에 위배되는 짓들을 태연히 하고, 위헌적인 행동도 처벌받지 않는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독서하고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큰 행사에서 사회를 기가 막히게 보는 놀라운 사회자로서 강렬하게 기억한다. 때론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자신의 대본을 고집하지 않고 사람들의 반응과 답변과 대화에 따라 반응하는 능력이 감탄스러웠다.


마지막으로 그가 방송에서 사라진(?) 이후, 그리고 팬데믹 기간동안, 어머니께서 김제동과어깨동무 소식을 듣고 함께 하고 싶어 하셨다. 뜨개실을 받아 목도리를 떠서 동네 담당 택배기사님께 선물을 드리셨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로 그의 소식이 반갑다. 천재적인 재담꾼에 공부하는 시민, 그리고 수입 중 대략 수십억을 기부하며 사회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사람. 문자로 만나는 건 조금 아쉽지만, 입말이 가득한 책일 거란 기대로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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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정직하고 다정한 생각들이다. 글을 아는 누구나 편안히 읽을 문장들이고, 낭독을 해도 따로 설명과 해석이 필요 없을 표현들이다. 마음이 순순해진다. 기분이 참 좋다. 때론 표독스러워지는 나를 애틋하게 반성하게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들, 하지만 슬프고 아프고 잘 못하게 되는 것들, 혼자서는 힘들어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 그런 제안과 부탁이 반복해서 눈에 띈다. 비슷한 내용을 자꾸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점점 더 기분이 따스해진다.





나는 하루를 잘 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꾸준히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다른 모든 일도 함께 하고 싶다. 소위 대문자 T, J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일상이 흐트러지고 방치된 이들의 생각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그건 삶의 태도나 정신상태를 비난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간은 몸을 가진 존재라서 그렇다. 뭐든 할 체력(정신력)이 생기고 커지고 유지되는 건, 자신의 몸과, 사는 공간과 가장 가까운 관계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견디고 버티는 힘이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일상이 험준한 산을 오르는 것 같은 일들의 연속이거나, 그렇지 않은 날들이 이어져도 감정의 변화와 관계없이 저는 꾸준히 밥을 합니다. (...) 내가 나를 먹이는 일을 직접 한다는 것의 의미를 헤아리며 가끔씩 찾아오는 깊은 자기혐오 같은 것을 녹여 냅니다.”


밥 얘기와 삶이라니 참 좋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밥을 먹여준 사람들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스스로 밥을 먹이고, 밥이 부족하고 없는 이들을 계속 먹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기본이니까. 한국사회가 그 기본을 권리로 누리도록 하지 못하니까. 


“아이들 밥 먹이는 어른이 되는 것이 앞으로의 제 꿈입니다.”


누군가를 돕기 시작한 사람은 다른 많은 이들도 돕게 된다. 한 생명을 지극히 사랑하면 다른 생명의 아름다움도 깨닫게 된다. 어른도 아이들도 밥을 먹이던 그는 개(탄이)도 먹이며 산다. 방송에서는 못 봐도 그가 이런 멋진 일들로 바빠서 다행이고 나는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실은 그가 나서서 밥 먹일 일이 없어야 더 좋은 사회일 텐데 말이다.


밥 이야기에 꽂혀서 글이 너무 길어졌다. 웃음 포인트는 많고도 많다. 나는 그가 “못 살겠다” 고소하려했다”할 때마다 배가 아프게 웃었다. 그의 주위에는 왜 이렇게 흥미롭고 유쾌한 사람들도 많은 것일까. 유유상종은 과학이다. 


슬픔도 아픔도 쓰라림도 무력감도 우울도 있다. 그 모든 얘기도 다 좋다. 그러니 밥을 든든히 챙겨 드시고 “우리가 서로 덕분에 사는” 많은 이야기를 반갑게 만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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