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 - 수학 중독자들이 빠지는 무한한 세계
이상엽 지음, 이솔 그림 / 해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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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어들이 많지만, 특히 ‘수학(數學)’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이런 큰 오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학문의 정의가 단어대로라면, 숫자를 계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인데, 내가 이해한 수학은 그런 학문이 아니다.




영어로는 숫자를 계산하는 산수arithmetics와 수학mathematics가 구분되어 있으니 구분이 된다. 이제는 사라졌는지 모르겠으나, 수학 영재라고 뽑아서 암산 빨리하기를 시키는 것은 씁쓸하고 부끄러운 수학 이해다.


수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수학 언어가 없으면 표현할 수 없는 물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내게 수학은 문자의 논리학이자 해석이자 답이다. 수리물리학이란 과목도 있는데, 현실과 유리된 증명의 세계가 얼마나 편안했던지. 두통 치료에도 늘 효과가 있었다.


물리학이나 수학 이야기를 하면 상대가 화들짝 놀라고 기피하는 존재가 되는 경험은 흔했다. 지금은 방송 출연하는 다정한 물리학자도 있고, 물리학 주제의 책이 대중과학서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물리학의 연구과제를 영화로 만드는 작업도 흥하다. 이런 영화들의 흥행을 볼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물리학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




다시 수학 얘기를 하자면, 다른 모든 언어와 마찬가지로 수학도 사유의 방식이자 표현수단이다. 입시경쟁사회에서 뜬구름 같은 소리일 수도 있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서 공부하는 수학은 그런 형태다. 


이 책은 일주일 중 가장 피곤한 목요일을 일부러 골라 읽었다. 기대한대로 엄청 웃었다. 중의적인 의미의 제목도 기발하다. 이 제목을 보고 뭐가 생각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관심사와 세계관을 이루는 방식이 조금은 드러난다. 나는 여전히 실수, 허수, 유리수, 무리수가 떠오른다.




수학책이지만 농담으로 채워진 수학책이다. 가족 모임에서 유용한 얘깃거리가 될 것 같아서 다음 모임이 기대된다. 물론 기대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전할 결심! 오해는 마시라, 이 책의 농담을 다 이해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흔히 하던 농담들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새롭게 이해한 재치 있는 농담들에 즐겁다. 140개 중에 어떤 것은 진짜 썰렁하고 어떤 것은 헛웃음이 난다. 그런 조합들이 수학을 더 만만하게 느끼게 하니 이 또한 사려 깊게 기획된 것인가. 일러스트레이션이 이해를 크게 돕는다.



 

세상에 드문 수학 덕후들은 즐거울 것이고, 입시 수학에 지친 학생들에게도 수학으로 웃을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고, 수포자라고 자신을 규정한 어른 독자에게도 낯설어서 좋은 농담 수학을 만날 기회이다. 각 학과별로 이런 재치 있는 농담 책이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 웃고 나면 조금은 힘이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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