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짓것의 제주 문화 읽기 - 제주 해민정신의 이해
최미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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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방문하고 기억하는 제주는 80년대의 모습이다. 아버지 친한 친구분이 제주에서 살기로 결정하신 후에 친척집이 생긴 듯 제주가 가까워졌다. 너무 어려서 제주의 지리와 역사를 보고 배우고 알지는 못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는 제주분들 목소리를 가만히 듣는 시간이 늘 재밌었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중층 기술(think ddescription)’로서의 문화를 강조하며, 사람이 일상적인 삶의 과정에서 행하는 모든 생활 방식을 문화하고 하기도 한다. 한 사회의 가치, 실천, 상징, 제도, 인간관계 등이 모두 문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0대에 학과 친구들과 제주에 놀러가곤 했지만 - 아버지 친구분이 재워주고 먹여주고 여행안내도 해주셔서 가능, 신세를 많이 졌다 - 여전히 제주에 대해 배워볼 생각은 못했다. 그렇게 휴가, 여행, 관광으로 방문하고 소비하는 장소로 제주를 대했던 시간이 길었다.


“제주는 어느 지역보다 문화의 다양성을 많이 간직한 곳이다. 해양문화적 요소, 독자성과 토착성, 민중성 등이 그것이다. (...)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에서 나타난 독특한 문화는 그 어느 지역보다 척박한 자연환경을 터전으로 나타난다.”


30대에 오랜 친한 친구가 ‘제주 사람’과 결혼했다. 제주에 사는 건 아니었지만, 시댁이 제주라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 일종의 화제였달까. 역사를 전공하고 이야기를 재밌게 잘 해주는 친구라서, 만날 때마다 전혀 모르던 ‘제주’ 이야기를 듣고 놀라며 배우게 되었다. 


“지리학에서 ‘지역’이란 단순히 토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토지에 사람들이 상호 작용을 주고받으며 상관자로서 존재하게 되면, 그 과정에 독특한 지역성이 나타난다.”


팬데믹 전후 몇 년 간 제주로 이주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나는 이전에 배로도 비행기로도 가던 제주를 가지 않은 채 살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방문한 제주와 듣고 배운 제주의 여러 이야기들과, 모르던 지리학과 민속학과 인류학과 사상도 배우게 해주었다.


“‘신들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제주에는 수많은 신화와 민요가 전해진다. 제주의 독특한 자연경관에 깃든 1만 8,000여 신을 벗 삼아 제주인들은 상상력을 키워 나갔다. (...) 수많은 신이 제주인의 삶 속에 좌정하고 있다.”


학술논문서처럼 내용이 풍성하니 짧은 글로 소개하기란 어렵다. 재밌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 나는 이어도연구회의 ‘해민사상’ - 제주인의 지역 정신은 해민정신이고 제주를 선도해 온 세력은 해민이었다는 주장 - 에 집중해서 정리소개 해보려한다. 


“제주인의 삶 속에서 해민 문화를 빼고 제주 문화를 논할 수 없다. (...) 제주에서는 해산 활동을 하는 사람을 ‘보자기’라 칭했다. (...) 국어사전에 ‘보재기’는 “바닷속에 들어가서 조개, 미역 따위의 해산물을 따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 명시되어 있는데 남녀를 구분하고 있지 않다.”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온 (...) 농민에 대비되는 해민(海民)이라 정의하면 (...) 해민에는 해상 상인뿐 아니라 선단의 선주, 고기잡이 어부, 포작인, 해녀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해 주는 ‘심방(무속인)’ 등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바다 생활자들을 해민이라 정의할 수 있다.”


“해민은 자연에 순응하기도 했지만, 자연에 도전하고 맞서 싸우며 용감하고 자유롭게 살았다. (...) 바다에서의 삶은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면서도 협동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


“‘대동 사회’는 유토피아와도 같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본향당의 사제는 주로 ‘평화’, ‘관용’, ‘포용’의 성인 여성 심방(무당)이었다. 어떤 특권도 종속 의무도 존재하지 않고 (...) 모두 자연으로 묶였기에 (...) 누구나 평등했다. 그 지역 공동체의 체온을 따뜻하게 하는 본향당 신앙은 결국 평등주의 이념의 본향이기도 한 것이다.”


주어진 환경이 녹록치 않고, 외부의 탄압도 지독했던 환경에서, 제주의 토속신앙은 분명, 그 모든 것을 견디는 삶의 구심점 역할을 했을 것이다. 1402년 조선 태종 때, 탐라가 제주가 되며 탐라국은 사라졌지만, 신화와 문화는 그렇게 일순 사라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살아남았다. 더 오래 읽고 더 깊이 배우고 싶어진다.


“보수의 핵심적 진리는 사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문화이고, 진보의 핵심적 진리는 정치가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대니얼 패트릭 모니이헌(Daniel Patrick Moyni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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