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미샘의 미술 수다
서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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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 좋아하지 않고 잘 듣지도 못하지만, 어쩌면 주제에 따라 태도가 내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미술 수다’라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더구나 현직 40년이라니, 미술 작품과 더불어 재밌는 미술사를 풍성하게 들려주실 듯하다.


창작자의 의도와 욕구와 지향이 모두 반영된 것이 작품이니, 당연히 “미술 작품은 작가 내면의 반영”이지만, 또한 그 작가가 속한 시대의 반영이다. 일견 제한과도 같은 그 특수성이 스토리를 부여하여 모든 작품을 고유하고 특별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AI의 창작물은 문학이건 예술이건 별 관심이 없다.


문자를 주요 수단으로 삼지만, 그림 역시 “역사의 기록”이다. 문화와 사회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을 읽는다. 그리고 그림을 읽기 위해 공부를 한다. 정답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감상의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세상을 알리고 싶”어서 학생들에게 그림 속의 내용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한다. 이미지는 힘이 세고 기억 효과에도 도움이 된다. 짧은 수명을 가진 인간은 남은 기록 - 문자, 문학, 예술 등 - 을 통해서만 시공간을 넘나들며 문명을 배우고 이해한다.


내 파일과 책장에도 여러 용도의 그림 이미지와 사진이 있다. 그중에는 숨쉬기가 어려울 때 보는 그림도 있다. “그림은 치유의 힘이 있다.” 책 속의 관련 사례와 예술가들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상상은 독자인 나의 기분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생각해보면, 세계 최악의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의 중고등학생 수업표보다 못한 삶을 사는 건 아닌가 싶다. 일주일에 한 번도 미술 시간이 없는 나의 일정은. 채색하는 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그 집중의 시간이 부럽기도 하다.


두껍지 않은 책인데 내용은 빈약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를 자주 만나는 컬렉션이라서 그렇게 느낄 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연결해서 들려주는 방식이 재미있고 유익하다. 짐작한대로 미술 수다는 좋구나.






아픈 ‘사건’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고, 이젠 기념하며 잊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 어떤 현실이 현재도 암암리에 진행 중이고, 훨씬 더 나쁘게 퇴행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하는 시절이다. 짐작조차 못한 어떤 사실을 보도를 통해 알게 되면 놀라움에 화보다 당황이 먼저 된다. 





내일이 삼일절이라서, <몽유도원도> 이야기를 의미 깊게 찬찬히 읽고 기록에 남기고 싶다. “우리나라 문화재 가운데 가장 중요한 회화 작품 (...) 일제 강점기에 일본 대학 박물관의 소유가 된 작품 (...) 1986년 조선 점령의 핵심 장소인 조선총독부 건물에 특별전시를 한 (...) 일본에서 한 달간 빌려 온 (...).”


“부친의 상중이라 집안의 재산을 바로 처분할 수가 없었”던 “우리 문화재의 수호자 ‘간송 전형필 선생님’은 <몽유도원도>가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알면서 막지 못했다.”


“조선의 위대한 걸작을 누구라도 사서 <몽유도원도>가 일본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931년 4월 12일 동아일보에 광고까지 낸다.”


“6.25 때 박물관 학예관 ‘최순우 선생님’은 어느 골동품상으로부터 80만 엔에 <몽유도원도>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문교부 장관 ‘백난중 박사’에게 이 말을 전했으나 전쟁 중이라 그림을 구입하기 힘들다고 했다.”


“여전히 우리의 국보는 일본의 덴리 대학이 소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현실에 무거워지는 기분을,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아름다움 작품 기록을 올리며 위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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