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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머리 ㅣ 민음의 시 319
박참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평점 :
읽었다고는 할 수 없어도
보기는 다 보았다.
아니, 노안에 안 보이는
글자가 더 많았던 듯도 하고
물리적으로 안 보여주는 글자도 적지 않았고
줄그어 가린 것, 지워진 것도 있었으니
보았다고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커다란 눈의 결정처럼
누군가의 체온에 닿으면
순식간에 녹아 버릴 듯
연약하고 다정한 시도
어디 볼 테면 봐 보라고
웅크린 실루엣만 보여주는
시도 있었다.
세상엔 내가 못 읽는 시,
지금은 못 읽는 시가 있다는 걸 잘 알아서
추천한 친구를 원망하는 맘은 전혀 없다.
그저...
다 보고 나니
시인은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하고 염려되었다.
슬프다,
선별되기 전 온갖 자극으로부터
전해진 신호들처럼
일견 난삽해보이는
크기와 종류와 두께와 번짐을 달리하는 활자들.
0과 1의 데이터가 아닌
시의 언어들이
금방 베인 손마디처럼
예리하게 아프다
* 정신머리: ‘정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