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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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면서 잡아와도 되는 건가? 웃픈 시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몹시 궁금한 작품이다. 이런 판형의 다채로운 색감인 작품이 오랜만이라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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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발행지로 시작하는 그림책의 시작에 예티에 관한 정성스럽고 흥미로운, 깜빡 현실인가 싶은 정보들이 잔뜩 제공된다. 홈페이지 주소가 있어서 확인해보니... 진짜(?) 존재한다. scienceyeti.com



 

펼치자마자 지치도록 웃으면서 시작하는 작품!

 

포획이 시간문제라면서, 그 말은 아직 실체를 만난 적이 없다는 얘기인데, ‘예티학과예티사육사자격증이 존재한다는 것도 웃다 지치도록 웃긴다. 어떤 사회시스템인지는 모르겠지만, 급여가 커피믹스 하루 1개 제공이라니 섬뜩한 블랙유머다.

 

에드문드 전임 소장은 예티의 야수성을 제거하고 예티를 인간 사회에 융화시키는 프로젝트에 강력히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임소장은 이 연구소에서 예티를 만나서 무언가 심경 변화가 생긴 것도 같다. 관련 이야기가 없어서 무척 안타까웠지만, 차기 소장으로 오는 연구원이 앞으로 겪을 경험을 통해서 짐작해볼 수 있게 작가가 배치한 것이라 생각해본다.


 

만년설이 존재할 듯한 설경 속에 사는 예티는 어떻게 쌀국수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쌀이 재배된 적이 없는 지리적 환경이라 그 이야기도 궁금하다. 어쩌면 작가가 전임소장과 예티의 쌀국수 취향에 관한 후속작을 만들어주시진 않을까.

 

여기까지가 첫 페이지를 찬찬히 읽으며 한 생각들이다. 드디어 그림 속으로 떠나는 여정의 시작이다. 숲이 살아 있는 듯, 여러 무늬가 숲의 정령들인 것처럼 보인다. 눈 덮인 산에서 불어오는 냉기가 코에 닿은 듯 서늘하다.


 

포획해서 연구하고 가르셔서 친구가 된다는 개념은 오만하고 유치하지만, 어쨌든 유진 박사는 자신이 요리한 쌀국수를 가지고 이동해서 함정을 판다. 저런 추위 속에서도 절대 식지 않는 마법의 쌀국수다. 고수를 가지러 다시 갔다 오는 그림에서는 웃다가 울 뻔했다.

 

결국 연구대상이 된 어린 예티가 유튜브 화면에 시선이 고정된 채 눈빛이 비어가는 그림은 무시무시하다. 오래 전엔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는데, 스크린을 우민화 정책에 적극 활용한 사례가 있으니, 21세기의 플랫폼과 미디어 환경의 위험성도 계속 지적되어야할 사안이다.



 

현실 세계의 전쟁에서 죽임 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소식, SNS를 활용하는 범죄에 희생되는 사람들, 경영자는 의회에서 사과했지만 중요한 것은 변화의 내용과 속도일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많이 웃었지만, 많이 부끄러웠고 무섭기도 했고, 그럼에도 작품 자체에 많이 반하기도 했다. 인류가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어느 날 돌연변이 진화처럼 그런 세계관의 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오래도록 지구에서 함께 공존할 시간이 인간에게 충분히 남아있을까.

 

잡아 가두고 한쪽의 생활방식을 가르치는 소통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반갑게 만나는 진짜 친구 같은 관계처럼 보이는 마지막 장면에 안도하면서도, 어째서 쌀국수인가는 정말 무척 궁금하다. 박현민 작가 인터뷰나 북토크 관련 소식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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