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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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읽지 못한 책이 선물로 도착했다. 가르치지 않고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한국 사회의 애도의 방식에 대해, 애도해야 했을 순간들에 대해, 울컥 뜨거운 역류가 느껴지는 작품이 제목부터 강렬하게 느껴진다.

 

연말과 연시는... 대개 정신없이 해치우는 일상을 멈추고 살던 대로 살지 않기 위해 진지하게 질문하는 멈춤의 순간이면 좋겠다. 그런 사회적 리추얼이 있다면 이렇게 살진 않을 것 같다.

 

어리둥절하게 산 새해의 한 주, 그 끝의 시작, 주말에 조금 서러운 기분을 가다듬으며 펼쳐 본 감사한 선물이다. 그리고 현실보다 더 농축된 이야기들에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휘둘렀다.



 

Peter Ilsted (Danish, 14 February 1861 16 April 1933) Young Girl Reading in the Doorway, 1913

 


기획기사가 아니라면 낙서 수준도 못 되는 단신들이 많다. 그 정도면 무해한 거라고 해야 하나. 외도를 가지고 왜곡하는 야비한 글들도 적지 않다고 하니까. 특정 주제를 제외하면 뉴스나 기사를 찾지 않은 날이 길어진다.

 

그에 비해, 이 작품집의 단편들은 증언기록처럼 구체적이고 창작을 통해 더 생생해지고, 상상을 통해 더 면밀하게 채워져있다. 잠시 긴장을 늦추면 모든 문장이 진실이라고 믿게 될 듯 농도가 높아서 어지럽기도 하다.

 

네가 알거나 모르는 모든 사람들이 네가 한 짓과 하려고 했던 지, 아직 하진 않았지만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그런 짓들에 대해 떠들어대게 될 거란 소리란다.”

 

외부에서 파악한 피상적인 구분, 기준점이 살짝 떨리기만 해도 완전히 달라지는 임의적이고 무분별한 구분이 얼마나 헛될 수 있는지, 이기적이지 않은 존재가 어디 있을까마는, 그것과는 다른 추악함과 폭력성과 무지와 배설적 언행은 얼마나 역겨운지, 모두 현실 같아서 기가 막혔다.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새해에 조심성 없이 낙관하지 말라고 열이 오르고 몸살을 앓게 되는 강력한 예방접종을 맞은 듯했다. 운이 좋아 피해자가 생존한 상황을 다행이라고 말해야할까. 망가지고 부서지고 으깨진 채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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