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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컬렉터 - 집과 예술, 소통하는 아트 컬렉션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팬데믹은 물리적 거리를 멀게 했지만 사회적 거리는 더 가깝게 할 수도 있었다는 아름답고 멋진 증거 같은 책이다. 3년 동안, 21명의 현대 미술 컬렉터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기록!
“가끔은 내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커다란 뗏목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예술은 나의 ‘구명조끼’가 되어주었어!”
읽기 전 휘릭 넘겨서 구경해 보니 묵직하고 품격 있는 책 속에는 400점이 넘는 이미지들과 예술가들과 미술 이야기와 철학이 가득하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설렘과 경이가 새로운 경험이다.
새해에는 오랜 단골 식당의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메뉴 같은 미술 장르가 아닌, 새로운 현대미술에 대해 새롭게 배워보고 싶다. 이 특별한 책에서 현대미술 장르에 집과 예술, 삶과 예술이란 분야가 있는 것처럼 행복하게 조금씩 읽고 배울 예정이다.
“현대미술은 ‘현재성(Nowness)’를 표현하는 예술이다. 현재성은 지금 일어나고 있거나 시작된 일이다. 예민한 예술가들은 자신, 사회 그리고 시대가 던진 현재의 질문에 답한다. 오히려 질문을 세상에 던질 때도 있다.”
최근 출간되는 대중과학서는 1990년대 전공서적 못지않다. 내용과 구성은 다르지만, 지식의 분량과 전달 방식은 더 풍성할 때가 많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이 책 덕분에 현대 예술에도 편한 호흡처럼 여지가 많다는 것을 배운다.
‘누구나’ 원하면 찾아서 공부하며 미술 전문가 수준에 이를 수 있고, 수집가(컬렉터)가 될 수도 있으며, 현대의 아름다움이란 ‘발견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하니 놀랍고 멋지다. 더구나 재밌는 ‘남의 집’ 구경을 전시 관람처럼 할 수 있다니 정말 특별한 책(기록)이다.
집주인(아트컬렉터)들이 자신이 수집한 작품 소개도 해주고, 현대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몇 줄로 소개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니 엄청 재밌고 다양한 선물 상자 같은 21명의 철학과 예술 이해를 생생한 대화로 만나시길 바란다.
“예술가는 사회적 현상을 감지하고 작품을 통해 사건(예술)*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사건(예술)의 전말을 밝히는 것은 목격자(관람자)의 몫이다. (...) 예술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각자의 해석으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 아닐까.”
* ( )와 내용은 글 작성자(나)가 첨가한 것.
일독으로 다 배우고 유의미한 변화를 바로 만들기란 어렵겠지만, 전시 소비자나 의례적인 감상이 아닌, 좀 더 깊은 이해와 애정을 관람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도 같다. 올 해 전시 일정이 갑자기 몹시 궁금해진다.
“결국 작품이란 내 안에 있는 비전과 취향의 문제거든.”
수백억을 호가하는 작가들의 작품에 주목되는 현상에서 한발 벗어나서, 자신의 취향과 애호가 반영된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알아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연말쯤에는 자그마한 아트 컬렉팅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예술가들은 이미 고독에 뿌리를 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고독이야말로 모든 예술가의 변치 않는 ‘집’이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집에 두는 건, 그 고독을 바라보고 연민하고 연대하는 것과 같다.”
무척 설레는 상상이 이어지는 다정하고 특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