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져간 사슴이 첫 읽기책 17
이태준 지음, 원종찬 엮음, 박현주 그림 / 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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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작가의 유년동화를 저는 전혀 못 읽고 자랐나 봅니다. 혹은 드물게 읽었어도 자주 그러듯 기억이 안 나는 것일 지도.

 

이태준의 동시와 동화를 남김없이 찾아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학계의 노력으로 그동안 묻혀 있던 일제강점기의 아동잡지들이 속속 발견되자 거기에 실린 이태준의 동시와 동화들도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시대적 차이는 물론 낯설게 여길 만한 조건들은 많겠지만, 그보다는 몹시 익숙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움에 사로 잡혀 짧은 동화 세계로 저항 없이 입장합니다. 우리 집 십대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재들이 있지만, 저는 어릴 적 잠시라도 본 것들입니다.


 

인간중심주의는 애초에 없었던 듯, 자연스럽게 다른 생명의 입장이 되고 목소리가 되어 전하는 스토리들이 새삼 인상적입니다. 어릴 적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했다고 생각한 적이 저도 있는데, 그런 기분은 다 잊었네요.


 

아이라고 해서 달달한 포장이 된 현실과 접점이 없는 이야기만 조심스럽게 들려주려는 태도가 아니라서 좋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린이에 대해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는 걸까요. 애정과는 별개로 존중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 반성해봅니다.

 

동화 아홉 편은 순식간에 다 읽히고 맙니다. 표제작은 더없이 유쾌하고 행복한 이야기인데도, 왜 이렇게 서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시절에 더해 사람들이 그리우면 버텨야 할 무릎들이 모두 꺾이는 기분이 듭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고 싶기도 하고, 항상 바지런히 뭔가 일을 하시던 할머니 옆에서 들려 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동화 읽고 훌쩍이는 중년이라니, 따뜻하고 달달한 거라도 먹고 다시 멀쩡한 척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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