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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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그건 단지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의문이 아니다. 인간이 가진 두려움과 거부감이 잔뜩 묻어있다.

 

인간은 독점하(고 싶어하)던 고유한 것이라 믿던 능력이, 다른 종들에서도 볼 수 있는 공통 능력이라거나, 인간의 감각과 지능이 특별하지도 탁월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항감이 크다. 그건 인류 문명이 위계를 토대로 지어진 것이며, (species)간만이 아니라, 인간들 간의 시스템 역시 그러하기 때문이다.

 

뺏기기 싫은 거 아닐까요? 오랫동안 유일신에 대한 경외를 팔면서 버틴 종교가 인간이 신의 힘을 휘두르는 시대를 맞았잖아요. (...) 힘 있는 누군가는 그런 위선적인 단체들과 싸워줬으면 좋겠어요.”

 

짐작보다 이 작품은 적어도 내게는 엄청나게 디스토피아인 SF. 미래에서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이 많다. 마녀사냥과 사냥꾼, 근본주의적인 종교,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연민도 숙고도 없는 종교지도자... 악몽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으니, 작품이지만 모든 미래에서 다 사라지길 바라는 음습한 얼룩들이다.

 

다 읽고 나니 첫문장이 내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어쩌자고 또 밤인가.”

 

인류가 얼마나 오래 생존할지는 모르겠지만, 진화하지 않는 뇌와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소속되고 경험하고 믿고 현실로 만들기도 하는 그 특징이, 부디 이 작품이 보여주는 스릴러와 닮지 않기를 바란다.

 

소위 유명인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영상으로 유포하면서, 하지 않은 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모든 신분증을 전자화하는 시대에, 더 이상 원본의 의미도 존재도 사라지는 시대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천국이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이며 새 삶이란 말 그대로 리뉴얼된 몸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 루시는 병자성사를 받은 인간이 가는 천국은 오직 인간의 입장만 허락하는 물리적 공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음 날 루시는 죽음을 피해 증발했다.”

 

분해되지 않고 재활용도 안 되는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줄지 않아서 나는 거의 절망했다. 녹슬지 않는 세계라는 제목이 무서웠다. 그렇게 지켜내고 싶은 것은 무엇일지는 각자가 고민하고 찾아야 할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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