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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꼭 소개하고 싶은 사실만 고르고 골라도 글로 전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꼭 다 같이 읽자고 부탁과 호소를 반복하고 싶은 책이다. 얇지 않은 책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다큐멘터리 PD인 이 책의 저자가 만든 EBS 환경 다큐멘터리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 등을 봐주시면 좋겠다.
환경에 관한 인지와 공부와 실천이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나는 90년대 대학에서 들었다. 환경과학과는 다른 생태주의를 처음 배운 것도 그 무렵이다. 쓰레기 치우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해결해야할 복잡한 사안이고, 국경선이 의미 없는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어도 학계에서는 공유했다.
그래도 내가 기후위기의 시절을 살 줄은 몰랐다. 늘 미래의 일이었다. 그런데 끓는 물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 꼴로 사는 건 나를 포함한 인류였다. 그 물은 끓기 시작했고, 지구는 불타고 있는데, 여전히 의미 있는 움직임이 부족하다. 변화가 없다면 결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구시계는 1.5도 상승까지 6년도 안 남았다고 하고, 6년 안에 상승을 막아도 남은 문제는 많다. 급기야 11월에는 2도 상승도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노력은 의미가 있을까. 그런 갈등은 이 순간에도 있다.
첫째, 아직 모르는 것이 많으니 더 정확히 배우고 조금이라도 더 소개한다. 인간의 인지편향, 확증편향, 이익계산법, 막무가내 등, 그게 무엇이건 가능성이 있는 한 다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책임이 큰 사람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살기란 기후악당에 가깝다.
“나는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이마에 붙이고 산다. 우선 알아야 사랑을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다. 음식물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누군가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했다는 알람 소리로 들릴 때까지 쉼 없이 알려야 한다. 그게 바로 저널리즘이 해야 할 일이다. 인류세인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 최재천
둘째, 착한 소비자나 시민으로 할 수 있는 일 외에, 나보다 깜냥이 큰 이들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 시도하는 활동 - 기업에 요구하는 일, 정치적 행동, 언론 등 - 을 응원하고 후원하고 서명한다.
“프랑스 언론은 ‘기후 변화’ 대신 ‘기후 고장’ 혹은 ‘기후 비상’이라는 표현을 써요. 대표적인 신문사 르몽드는 지구 위기를 다루는 전담팀을 환경팀이라고 부르지 않고 ‘플래닛팀’이라고 명명했죠. 기후뿐 아니라 생태 위기 등 지구의 전방위적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여러 가지 심각한 재난들과 범죄에 가까운 결정들이 일상처럼 받아들여지는 매순간이 두렵다. 뻔하고 다 아는 실천방법이 마침내 실천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가진 수단을 모두 적용해보는 노력조차 없다면 인류 문명은 대체 무슨 소용이었단 말인가.
“141년에 한 번 꼴로 발행했던 역대 최악의 가뭄이 가까운 미래에는 매년 발생하게 될 거예요. ‘재난의 일상화’라고 할 수 있죠.” - 김형준 교수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이 책은 친환경 재생종이와 콩기름 잉크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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