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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가 빛날 때 (블랙 에디션) - 푸른 행성의 수면 아래에서 만난 경이로운 지적 발견의 세계
율리아 슈네처 지음, 오공훈 옮김 / 푸른숲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상어는 언제 왜 빛날까요. 책갈피의 상어도 빛나는 중인가 봅니다. <죠스> 등 적대적인 괴물 이미지 말고 또 다른 생명체로서 상어를 만날 기대가 큽니다. 우주보다 낯선 그래서 경이롭고 아름다울 심해의 세계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23/pimg_7391901684092746.jpg)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심해를 연구하는 해양생태학자 수가 적으니 이 책만큼 지식정보를 제공하고 재밌고 유익한 책은 드물 것이다. 무엇을 새롭게 즐겁게 배웠는지 자랑(?)만 해도 글은 끝없이 길어질 것이다.
만화는 늘 옳다는 말처럼 이 책도 그렇다. 대부분 처음 배우는 세상과 생물들을 읽고 배우는 기회다. 장점도 아주 많다. 낯선 분야지만 저자는 지적이고 친절하다. 문장도 지식전달도 그렇다. 열렬히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은 70%가 물이고, 지구 생태계의 99%가 바다에 존재한다. ‘지구the Earth’라는 호칭은 엄청나게 인간중심주의적인 표현이다. ‘수구’라고 불린다면 70% 정도로 더 정확한 호칭이다.
지구의 가장 큰 생태계에 대해서 인간이 아는 바는 5% 정도다. 투자가 없으니 연구도 적다. 그래서 한편 다행이다. 인간이 손대는 것을 망치지 않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관리 가능한 기후가 얼마 남지 않았고, 11월에 한계온도를 넘는 2도 상승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철렁인다.
두려워서 이상한 합리화를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인간이 아는 바가 극히 적다는 것이 어쩌면 희망의 여지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자주 한다. 인간이 모르는 생태계의 신비한 작용으로 인간도 좀 더 오래 살게 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도 같은.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23/pimg_7391901684092747.jpg)
제목의 상어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양동물과 곤충과 바이러스와 인간이 만든 오염원 플라스틱까지 등장한다. 해양/심해 생물들의 탄생과 성장과 소통과 노화와 죽음(인간의 방식과 아주 다르다)에 대해 입 벌리고 감탄하며 배워 나갈 수 있다.
바다를 좋아하고 다양하게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물론, 자연과학이 별로인 독자도 거부감 없이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나도 자연과학 전공자라서 연구 투자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성사되고 얼마나 큰 어려움인지 공감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뭘 채굴할까, 동물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어떤 재료를 얻을까 등을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그 세계를 방문하고 배우고 다른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아주면 좋겠다.
단언하건대, 한 권의 책으로 이만큼 많은 분량의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즐길 책은 많지 않다. 푸른숲 출판사의 과학에세이를 통해, 퓨마와 펭귄을 만나서 슬프고 즐겁고 재밌고 고통스러웠고 불가역적으로 나의 일부가 변했다. 이 책은 그중 모든 면에서 최고로 강렬한 책이다.
예상한대로 구체적인 내용은 맘껏 풀지도 못했다. 많이 읽어주시기를, 그래서 떠들썩하게 해양과 심해의 아름다움을 서로 나누고, 비로소 더 이상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고, 마침내 함께 행동해볼 수 있기를 꿈꿔본다.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해 왔는지 더 확실하게 인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 지구에서 인간이 건드리지 않은 마지막 생활권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23/pimg_739190168409274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