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김진 지음 / 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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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고 친절한 한 권의 책으로 파리1대학교 교양미술수업을 배울 수 있다. 미술, 예술, 철학, 인문학으로 확장될 내용을 따라갈 생각에 무척 설렜다. 주말 영화 한편 보고 전시회 방문하는 것도 쉽지 않아, 이렇게 삶의 반경이 점점 줄어드는 건가 싶어 더 반가웠다.

 

그림은 공부하지 않으면 감상이 어려운 분야라서, 미술사 책이나 큐레이팅북을 기회 닿는 대로 읽는 편이다. 이 책의 목록을 보면, 익숙한 예술가도 있지만, 흔하지 않은 구성이란 생각이 든다. 내 지식 부족일 수도 있지만, 새롭게 배울 예술가들 이름에 기대가 커졌다.

 

소식을 몰라 시청한 적 없는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2020년부터 운영하고 계시다니, 자료 영상도 상당히 많고,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꾸준하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영상을 보고 싶은 기분을 잠시 유예하고 책을 찬찬히 읽으며 행복하게 공부했다.




 

수업을 이렇게 하시는 건가 싶게 생생하고 즐거운 내용 전개가 좋다. 아는 내용도 조금 알던 내용도 새롭게 배운 내용도 있다.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 내용일 텐데도, 저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만나는 일이 새롭고 선명해서 익숙해질수록 더 재미있어 진다. 남은 책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

 

14번의 클래스는 14번의 수업처럼 소중하게 느껴지고, 작품 도판은 어느 전시회 도록 못지않게 다채롭다. 루브르와 오르세에서 지치도록 돌아다니고 머물던 시간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림 읽기를 배우고 훈련 받는다면 전공이든 교양수업이든 정말 즐거울 것이다.




 

어쩔 수 없인 낯선 예술가는 작품을 보고 책으로 배워도 금방 친숙해지지는 않는다. 현대미술이 참여의 방식으로 전시를 하면, 참여하는 것을 즐거워하긴 하지만,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책에 담긴 내용과 관련된 영상 자료가 다 있으면 더 배우고 싶다.

 

차근차근 읽으면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들에 이르게 된다. 비전공자로서 늘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이고, 정답보다 토론을 통해 여러 의견을 듣고 싶은 의문들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모방인가 창작인가” “예술은 전해야할 감상은 무엇이어야 하나”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등등

 

지식과 경험 정도에 따라 전시와 감상이 때론 지겨울 수도 식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예전에 좋아하던 어떤 예술가들의 전시는 어느 해부터 가지 않게 되었다. 너무 자주 먹은 단골식당 메뉴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러나 완전 새로운 현대미술이 금방 좋아지지도 않는다.

 

이 책은 좀 더 상세한 관련 이야기를 알게 됨으로써 알던 예술을 다른 시선과 깊이와 폭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한편,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가이드 역할도 한다. 물론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생각해보고 질문을 던져보는 방식이다.

 

오래 전 양질의 토론 수업을 듣던 향수가 느껴진다. 충실하게 지식정보를 배우지만, 각자의 해답을 자신의 의견 속에 담고, 함께 공부한 많은 이들의 생각을 세상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으로 받아들이던. 이 책을 행복하게 읽고 나면 좋은 공부는 바람직한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예술산책> 영상 보러 갑니다. 단권이 아니라 다른 책도 출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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