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 - 초보 보좌진의 국회 일기
한주원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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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는 늘 부정확하지만, 한국 정치 풍경은 혼란스럽고 때론 저열하다. 정치에 뜻이 없거나 뜻을 잘 모르는 이들이 정치권한을 가지는 일이 다반사고, 대의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는 유권자들이 투표만 할 수 있거나 투표를 하지 않거나, 잘 몰라서 더 혐오하기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지와 후원과 견학과 언론 정보로는 잘 알기도 어렵고, 정치란 상당히 오랜 기간 훈련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를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 삶의 아주 작은 것들도 근본적으로 바꿀 수가 없다. 법과 행정을 떠나 구성할 수 있는 삶이 무엇이란 말인가.

 

원론이나 격론은 지치기 쉽다. 그래서 이렇게 다정한 제목의 생생한 경험담을 읽는 일은 반갑고 고마운 경험이다. 사람들의 삶을 살피는 일이 정치라고 말하듯, 따뜻한 애정이 느껴져서 무엇보다 좋았다.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퍼즐이 그림을 완성하듯 차곡차곡 현장이 떠올랐다.



 

나이든 이들의 폄하와 달리, 단단한 의지로 험난한 환경에서 포기하지도 무너지지도 무뎌지지도 않기 위해 저항하는 의지가 존경스러웠다. 지치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포기와 타협을 생각하지 않는 젊은 정치를 응원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보좌관이라 칭하지만 실은 '보좌진'이 옳은 표현이다. 보좌진은 급수 별로 보좌관, 선임비서관, 비서관, 인턴으로 나뉘고 통산 아홉 명으로 구성된다.”

 

무엇보다, 보좌진의 일을 설명하는 내용이 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가 함께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투명한 개미집을 들여다보듯 알아차릴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이제 곧 청소년이 되는 아이에게 이 책을 전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의 갈피를 잡지 못해 망연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으면, 내게 필요한 자료를 쉴 새 없이 프린트해서 건네주던 다정한 손길들이 있었다. 그런 배려와 다정함을 나는 지금껏 잊지 못한다.”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public(공공)poblicus(라틴어)에서 유래했고, pubes(어른)타인을 돌보고,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함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나와 타인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것은 관심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전제조건이다.

 

나는 정치가 유쾌했으면 좋겠다. 철학과 정도 그리고 사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긍정성을 내포했으면 좋겠다. 슬그머니 미소 짓게 하는 정치, 정말 불가능할까?”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래서 정치를 통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다정한 꿈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늘 말랑하지만 않은, 날카롭고 진중한 지적을 하는 그의 진심이 필요한 정책과 법이 되어 실현되길 응원한다.

 

현재 정치가 못마땅하다면, 원인을 찾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일들은 한 방에 해결되지 않는다. 그 일을 할 사람들도 한 방에 준비되지 않는다. 그 한 축은 교육이다. 입시를 향해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달려가는 수험교육,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 취업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수능을 치른 입시생들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수능을 치르지 않은 입시생이 아닌 젊은이들도 고생이 많았다. 그들이 완벽하게 사회에서 지워진 시간이 매년 돌아오는 것이 아프다. ‘투명가방끈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상 이야기가 목소리를 얻기를, 꿈꾸는 정치 자체인 그 삶이 존중받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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