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말고 모모
로진느 마이올로 지음, 변유선 옮김 / 사계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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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진 작가님 관련 소식을 따라 읽으며 내내 응원했다. 기여한 바가 없음에도 덩달아 즐겁고 기뻤다. 희망을 가득 담아 써주신 추천사를 거듭 읽고 이 책이 무척 만나보고 싶어졌다.

 

우리, 두 엄마가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너를 태어나게 하기 위해선 씨앗 하나가 필요했고, 마음씨 좋은 한 아저씨가 우리에게 그 씨앗을 주었는데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말해주었다. 사랑, 호의, 익명성이 모두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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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에서 시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입법과 행정을 하려면 국가 통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현재(2023) 성소수자 통계라곤 아무 것도 없다. 성별 체크에 남성, 여성 외에는 체크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동성 간 혼인도 현행법상 수리될 수 없다. 그런데 혼인신고를 하는 이들이 있다. ‘불수리 처리되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렇게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없는 존재,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행동이다. 이 기록이 쌓이면 최초의 유일한 국가 통계가 생기게 된다.

 

포괄적 차별 금지법제정은 2026년 정부 답변으로 미뤄졌다. 지난해 자해나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중 절반은 10대와 20대였다. 예산과 인원삭감 이외에 뭘하는지 모를 정부 덕분에, 2023년 한국사회의 여성은 하루에 한 명꼴로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있다.

 

평등해야 자유롭고 자유로워야 평등하다 - 유엔 자유권위원회 최종견해-

 

빨리 사멸되길 바라는 단어라서 쓰기도 지겹다. ‘정상가족이라는 신화, 환상, 억지. 그런 표준디자인 같은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어진 가족보다 함께 만드는 가족 이야기에 동의하지만, 자신의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의 일이 되면 태도도 판단도 달라지는 경우가 아직 많다.

 

우연히 법사회학자 이렌 테리가 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사적인 행동 또한 언제나 사회적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욕구는 사회가 규정한 가능성에 따라 피어난다.’ 나는 이 말에 100% 공감한다.”

 

가족 문제는 많은문제이지만, 성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성역할에서 진화를 거부하는 한국사회의 출생률은 차라리 같이 죽자 - 소멸 - 으로 도착지를 바꾼 듯 보인다. 철학, 도덕, 가치로 다루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영리하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글쎄...

 

인간의 수 - 인구수 - 가 마냥 느는 것이 다 좋은 일이라고는 못하겠지만, 1인당 사용 에너지 격차가 큰 것을 보면, 여전히 문제는 인간 사회의 분배 부정의와 낭비가 크다. 그러니 서로 사랑하고 아이도 사랑하며 살아가려는 이들을 막을 정당한 이유란 없다. 더구나 남녀로 이루어진 양육자가 자녀를 가장 잘 키운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이성 커플은 여성이 출산하면 남성이 합법 양육자의 자격을 얻지만, (동성)여성 커플은 한 여성이 출산하면 다른 여성은 허가받은 제삼자로서 여러 제한을 받고, ‘자기 자식을 입양하는 절차를 받아야 법적 양육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속한 현실과 로진느와 나탈리의 현실을 계속 생각하고 오가며 읽을 수 있어서 다양한 질문과 생각을 남겨준 책이다. 첫째를 출산하는 일이 너무 고되어서 둘째까지 임신할 줄은 몰라서, 내 선입견이 민망해서 크게 웃었다.

 

프랑스에서 PACS*1999년에 도입되었다. 24년 밖에 늦지 않았다.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동성부부 재생산권, 비혼 여성 재생산권, 그리고 포괄적 인권 보장을 차근차근 다 마련하면 된다. ‘빨리빨리문화가 이번엔 든든하다.

 

* 시민연대계약(프랑스어: pacte civil de solidarité, PACS, 영어: civil solidarity pact) 또는 공동생활약정은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두 이성 또는 동성 성인간의 시민 결합 제도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동성부부 당사자로서의 모든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주어 감사하고 존경한다. 비슷한 입장인 사람들과 지난한 변화에 막막한 이들에게, 이 책의 존재는 상상을 현실로, 미래를 현재로 살게 해주는 주소와 같을 것이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소수자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권리에 대해 소리쳐 반대한다. 이 권리가 그들에게서 무엇을 빼앗는 것도, 그들에게 무엇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 미래의 엄마가 될 이 여성들이 사회에 가져올 위험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를 헐뜯는 이들은 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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