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 - 채정호 교수의 한국인 행복 보고서
채정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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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정확히 몰라도 기분 좋은 덕담이지만, 생각할수록 막막한 개념이기도 하다. 사유와 담론으로만 존재해도 그 역할이 충분한 언어가 있고,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으면 그 부재가무기력으로 변질되는 언어도 있다. 세상의 모든 행복론을 공부하고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산다면 허망할 뿐이다.

 

어설프게 배웠던 행복에 관한 여러 담론이 어지러이 생각 속을 떠다닌다. 나이가 들수록 기대와 바람은 줄고 줄어서 지금은 고통과 괴로움의 부재, 무탈한 일상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추구와 성취의 대상이었다가, 수많은 변수와 돌발과 조건들에 지쳤달까. 덕분에 배운 선명한 교훈도 많다.

 

불행을 덜 수 있는 여러 조건들 중에는, 내가 겪는 힘듦과 어려움이 나 혼자 인지하고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있다. 나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늘 좋고 데이터는 많을수록 신뢰한다. 37년간 일하며 3만 명 이상의 행복하지 않은 이들을 만난 저자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다.

 

행복에는 운이 좋아서얻은 것도, ‘강제된종류도, 가장 간절히 원해서 애써 성취한종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의사인 저자는 고통과 괴로움과 불행의 부재 혹은 경감에 대해서도 가이드해 줄 것이라 믿고 책을 펼쳤다.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만난 분이니까. 그래서 불행해지는 원인도 짚어주었을 거라 기대했다.

 

학계에서는 행복이란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어쩐지 홀가분하다. 그리고 웰빙(well being)에 대한 설명이 오랜만에 반가웠다. 2000년대 초반 유럽에서 살았던 나는 인간이 경험하는 불행의 조건에 human beinghuman doing으로 살아서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자신도 타인도 도구적 가치를 따지고, 성취를 지향하는, 잘 팔리는 삶이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being하지 못하게 해서 생기는 여러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논지였다. 그렇게 실존적인 고민을 담은 단어는,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수많은 웰빙 상품들(음식부터 레저까지)로 팔리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소위 대문자 TJ의 전형적인 일상이 가장 편한 사람이다. 시간이든 에너지든 낭비가 싫고 계획이 중요하고 시작한 일의 마무리가 안 되는 상황을 못 견딘다. 멍 때리기는 전혀 못하고 근래 늦잠을 자거나 일주일에 하루는 손에 아무 것도 할 일을 잡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저자가 행복의 조건으로 도출한 7가지 요소들 - 수용, 변화, 연결, 강점, 지혜, , 영성 - 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일단 멈추기도 잘 기억하고 자주 써먹고 싶다. 강박과 완벽 대신 여러 면에서 내 기준이 better than before인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해 안심이 된다.



 

크고 작은 선택이 다 힘든 지친 날도 있지만, 우울하고 불안할 때 침잠하지 않고 입은 옷 그대로 운동화만 신고 나가는 습관이 생긴 것도 안도가 된다. 스트레칭도 하고 몸의 자세도 바르게 다듬고 호흡도 깊게 한다. 인간은 이라고 믿기에, 의학자가 감정을 ‘(고유수용)감각과 연결해서 제안하는 방식이 좋다.



 

따라하던 가이드에 새로운 설명을 좀 더 채우는 독서가 되었다. 몸에 근력이 붙은 듯하다. 책만 읽고 행복해질 순 없지만, 어려울 것 없는 의사이자 저자의가이드는 긴장이 풀리면서도 확실한 격려로 들린다. 잊지 말고 꾸준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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