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십부터는 왜 논어와 손자병법을 함께 알아야 하는가 -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몰랐다는 걸 깨닫는 순간 100 ㅣ 최고의 안목 시리즈 1
모리야 히로시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평점 :
오십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당혹스럽다. 노화 자체가 반갑지 않아서가 아니다. 오십이면 지천명은 못해도 이것저것 알아야할 것들을 적절히 알게 되었을 거라고, 열기와 흔들림이 잦아들었을 거라고, 기대하는 바가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개 막막하지만,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성장이 느려진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변명도 해본다. 다른 방법이 없이 이런 ‘나’로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우는 수밖에.
논어는 함께 공부하고 혼자 읽은 적도 있지만, 손자병법은 처음이고, 읽게 될 거란 생각도 못했다. SNS를 통해 주어지는 독서의 장점은 이렇게 내 좁은 경계와 한계를 벗어나는 경험일 될 경우가 적지 않다. 좋은 자극과 계기가 된다.
여전히 중요하게 느껴지는 가르침과 이제 좀 더 잘 이해되는 내용과 새롭게 의미를 더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단상을 남겨 보았다. 중요한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잘 잊는다. 불만은 없다. 기록이 더 중요해졌을 뿐.
* 독서와 사색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 처음 논어를 읽을 때부터, 공자는 배운 것을 실천하자는 제안에 이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치철학을 현실에서 활용해보고 싶었던 사상가의 면모가 잘 느껴진다. 배움에 뜻을 두지 않은 독서도 많고, 배운 것을 외면하는 삶이기도 해서 늘 이 구절에서 생각이 복잡해진다. 오십에도 이럴 줄은 몰라서 더욱.
* 어른
“어느 시대든 ‘어른’은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다. 지위가 높아지면 책임도 그만큼 더 무거워진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와 강한 의지력, 이 두 가지를 연마해야 한다.”
: 어원학에서 public(공공)은 poblicus(라틴어)에서 유래했고, pubes(어른)는 ‘타인을 돌보고,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함’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나와 타인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것은 관심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전제조건이다.
* 싸움과 대처방식
“서로 외면하고 말도 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최악이다. 그런 싸움은 손해만 볼 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 단지 비유로서의 싸움이 아니라 내외적으로 치열한 싸움의 연속도 삶의 일부이고 어쩌면 평생 지속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싸움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소위 끝장 보자는 게 아니라면 싸우는 태도도 방식도 마무리도 중요하다. 열기 속에 종종 잊는다. 지쳐서 그만 노력하고도 싶다. 호흡도 준비하고 손자의 병법도 배워둘 일이다.
마냥 좋기 만한 사람도 되기 싫고, 겸손을 비겁과 헷갈리기도 싫고, 가능하면 좀 더 야무지고 싶고, 고집불통 노년으로 살기도 싫다. 판단력이 조금 더 늘기를 바라고, 약속을 잊지 않을 기억력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 엄격하지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오십 이후를 살고 싶은데, 배우고 습(習, 실천)할 것이 한 가득이다.
모든 시작은 고무적이고 배움의 기본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다. 이 책은 손자병법을 만나게 해주었다. 지쳐 포기하지 않게 무리하지 말고 ‘꾸준하게’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따라야한다. “발돋움해서 발끝으로 서려고 하면 오히려 발밑이 흔들린다.(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