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걷기 클럽 사계절 아동문고 108
김혜정 지음, 김연제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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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고, 동화, 그림책을 만나면, 어쩌면 다시는 꺼내볼 생각도 못했던 옛 시절의 기억들을 찾아내게 되어 늘 놀랍고 반갑고 뭉클하다.

 

80년대 주택가 풍경과 이름을 모르고도 같이 잘 어울려 놀았던, 학교도 다르고 아마 나이도 제각각이었을 놀이친구들이 생각났다. 뭐라고 했었나... 어려울 것 없이 같이 놀자하고 놀이에 끼어들면 그것으로 충분했던 것 같은데.

 

어른독자의 노스탤직한 감상과는 또 다르게, 작품 속 아이들은 훨씬 현실감 있고 생명력이 넘치고 멋지고 생각이 깊고 기발하고 사랑스럽다.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 것인지 잘 몰라서 잘 돕지도, 잘 놀지도 못했던 나와는 달리.



 

어른들로 인한 여러 고통과 괴로움을 겪는 내용은 매번 미안하고 아프고 부끄럽고, 그럼에도 잘 살아주기를 염치없이 바라게 되고, 와중에 회복 이상의 다른 성장과 배움이 있기를 응원한다. 문제를 만든 어른도, 돕고 싶은 어른도 제대로 도울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친구들과 대략 속도를 맞춰가며 걷던 시간은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하는 좋은 경험이다. 나는 독립, 자립, 각자도생을 믿지 않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 돕고 보살피고 살려줘야 사는 존재들이다. 누구의 삶도 수많은 다른 이들의 노력으로 이어진다.

 

격렬하게 마치고 나면 근육이 금방 부풀어 오르는 운동이 아닌, 걷기를 통해 한 발 더 두 발 더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점점 차오르기를 응원한다. 수명은 짧지만 삶은 의외로 길다. 달리기와는 다른 근육이 필요하다.

 

손가락 하나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어, 고작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니까.”



 

이제 곧 어린이 시절이 끝나고 청소년이 되는 초등 6학년 둘째가 어떻게 읽을지 기대가 크다. 내가 모를 자신만의, 또래들 간의 서사는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 간혹 묻고도 싶지만, 익숙한 이름의 좋아하는 친구들이 여전히 함께라서 즐거운 저 얼굴이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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