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작가인줄은 몰랐다, 라고 하고 나니, 잘 알고 즐기는 노래는 <행복의 나라로*> 밖에 없다. 고등학생 때 배워 부르던 노래였는데, 어느 반에서 그 노래를 부르던 친구가 전 안기부 직원 사회선생에게 혼이 났다는 소문을 듣기도 했다.

 

* <[FOLK] 한대수 - 행복의 나라로>

https://youtu.be/YMKXzIp2RQs?si=44NiSKLJdld5PrBR

 

손에 손을 잡고서’ ‘광야는 넓어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이런 가사를 들먹이며, 네가 가고 싶은 행복의 나라가 어디냐, 북쪽이냐,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 후로도 학년 간 이간질시키기 등 악명은 높아갔다.

 

할아버지는 사진이 무슨 학문이야?”라고 했고, 아버지는 사진은 취미 생활이지 직업이 될 수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음악으로 한 푼도 벌 수 없었을 때, 사진은 나를 먹여 살렸다.”

 

오래 부르지 않았는데도 노래 가사는 문신처럼 기억에 남았다. 다시 들으니 좋다. 연속 재생해두고 넘겨본 사진집은 내가 모르던 시대와 장소들이 가득했다. 잠시 혹은 한참씩 보던 사진집이 끝났는데, 감상은 쉽게 언어가 되지 않았다.



 

필름 카메라와 흑백에서 컬러로 이어지는 시대의 문턱이 어린 시절을 소환해서 기분이 출렁거렸다. 40년 동안 100여장, 한순간을 얼린 이미지가 품은 이야기에, 사라져버린 나머지 모든 순간들이 그리워진다. 삶은 이토록 안타깝다.

 

살면서 조우한 모든 이들과 함께한 순간이 눈부시고 아름답다. 그렇게 잠시 잠깐의 고유한 색과 빛을 품고 뿜고 서둘러 사라지는 우리 모두. 작가는 사진으로도 글로도 과거에 멈추지 않았는데, 나는 한참을 더 머물렀다.



 

사실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했던 사진은 이제 디지털 합성이미지와 가짜정보의 도구로도 활용된다. 그리운 사람들 말고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없지만, 각자의 최고의 시절은 외부 조건과 무관한 각자의 몫이라고 믿는다. 1960-70년대는 작가에게 그런 꿈같고 봄 같은 아름다운 시대였다.

 

내 자리와 음악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 관객들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긴 머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마치 동물원의 동물처럼. 그렇게 무한한 고독과 소외감에 싸여 있었다.”

 

그의 시선은 그만의 고유한 것이지만, 보편성을 가진 것들이다. 사회적 고독을 느끼지 않기 어렵고, 단지 살아갈 뿐이지만, 고통을 마주하지 않기가 불가능하다. 잠시 함께 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혼자인 것도 본원적인 어려움이다.

 

더구나 악의가 기세등등하고, 보복이 이어지고, 학살과 폭력은 무기를 통해 더 강력해지고 있다. 11월에 한국에 전 세계 반전평화활동가들이 방문한다는데, 한국 언론에 단신 기사라도 나려는지 모르겠다. 평화는 생존을 위한 구호다.

 

NO WAR

PEACE AND LOVE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사진에서 존 레논이 보인다. 오래 전 그 선생이 <Imagine**>을 들었다면, 가사를 이해했다면 뭐라고 했을까. 성공한 백인 남성이니 욕할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 <Imagine (Remastered 2010)>

https://youtu.be/rAn-AWXtHv0?si=0BL7mwB8UpNa173x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새삼 분하다. 짧은 삶을 저급한 선전선동에 영향을 받으며 일이. 강렬한 소환 기능을 가진, 지난 시대의 가장 춥고 쓸쓸한 기록 같은 사진집이었지만, 기교 없이 부르던 그의 노래처럼 보정이 없어 귀한 사실적 풍경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