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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화는 밤새도록 끝이 없지 - 두 젊은 창작가의 삶과 예술적 영감에 관하여
허휘수.서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8월
평점 :
9월에서 10월로 건너오면서, 첫 주말을 보내면서, 늦잠을 자는 야망 외에도, 문학, 영화, 미술, 사진 전시회 일정을 챙겨 넣었다. 소비자의 정체성이 대부분이지만 그것들을 빼고는 노동 이외의 시간을 채울 대안이 없으니, 예술에 손가락은 담갔다 뺐다 하는 삶이라고 쳐본다.
밤새도록 하는 대화는 오래전 어느 날이 마지막이었지만, 젊은 예술가들이 기록해둔 책을 펼쳐 밤을 새우지 않고도 읽을 수 있으니 즐겁다. 재밌는 수다일까 가벼운 기대로 시작한 읽기는 깊이와 표현에 대한 감탄으로 변해갔다.
“그 시절 나는 생각의 꼬리를 찾기 위해 한쪽으로 빙글빙글 몸을 돌려 일부러 어지러움을 느끼곤 했다. 어지러움을 못 이기도 이불에 풀썩 주저앉으면 이내 생각은 멈추고 몽롱한 상태만이 의식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생각의 방황, 이것이 나의 사춘기였다.”
첫 만남과 반함과 착각과 호감과 대화와 예술과 솔직한 제안과 온통 흥미로운 것들이 만들어 나간, 서솔과 휘수의 이야기들이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한 반가움과 더불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사람은 살아가는 방식과 모양새에 따라 무엇으로 반드시 분류된다. (...) 현재를 살아간다는 건 반드시 무엇인가로 분류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서솔이라는 표본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어는 무엇일까?”
예술 창작자들의 생계를 고민하고 배려하고 제도로 지원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그 결과만은 누구보다 달게 삼키는 환경에서,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다들 살아가는지 창작하는지도 궁금했다.
“돈 없이 예술을 할 수가 없다는 게 가장 문제야. 어떤 장르든지.”
고민의 주제는 아니지만, 그들의 고민에 나고 잠시 멈추고 생각하며, 못 가는 곳 없고, 못 다룰 것 없는 장소와 소재와 분야를 나도 함께 가로질러보았다. 짐작보다 그들의 대화는 짧고 각자가 덧붙인 글은 더 길었다.
밤새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의 열정과 애정이 가득한 일을 하는데, 공동체가 아무 관심도 지원도 없다는 것이 기성세대로서 민망하고 부끄럽다. 분야가 무엇이건 예술 활동이 모두 사라진 세계를 상상하면 바로 깨닫게 된다. 예술은 내 분야이기도 하다고. 그 부재를 내 삶은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예술가들은 세상을 예민하게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느끼고 생각한 걸 작품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 내가 인터뷰했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가 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