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3 소설 보다
김지연.이주혜.전하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한 계절에 한 권뿐인 것이 완벽하게 느껴지면서도 아쉽다. 현실도 시간도 잊게 해주는, 다른 세계 속에 깊이 침잠하게 해주는 장편 소설을 좋아하지만, 뒤척이는 환절기 침상과 꿈속에서도 <소설 보다> 단편들을 반기고 좋아한다.

 

어둡고 무더운 9, 더 의젓하게 가을날을 기다려 골라 읽지 못하고, 청명한 가을을 바라며 기도처럼 읽었다. 허술한 사회와 결곡한 작품의 괴리에 갈증이 나서 부드러운 커피 생각이 났지만, 확실하게 망하는 길이라 참았다.

 

작가들이 선택한(?) 소재들이 누구의 삶에도 있을 것들이라, 연작이 아닌 다른 작가들의 단편이 사는 이야기로 죽 이어져 읽혔다. 소설 속 인물들보다 체력도 의지도 날로 핍진乏盡한 나는 그들과 다른 선택들만 하게 될까.

 

돈과 빚, 죽고 나서 남기지 않도록 해결해야할 반려의 책임과 의무, 어떤 이유든 누구나 언젠가는 1인 가구로 살게 될지 모를 책임지지 않는 사회의 장수를 보장하는 기대수명, 그래서 좋은 것, 좋아하는 것은 모두 미래로 유예한다.

 

사람을 부르는 방식을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호명 방식에는 반드시 시선이 개입하지요. 시선에는 보는 사람의 태도와 대상과의 관계성이 스며들어 있고요. (...) 그래서 늦게까지 읽기와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의 삶을 전면에 보여주고 싶은 소설인 만큼 김미경과 송숙은과 오주리와 태지혜(이상 가나다순이자 이름을 지어내기까지 걸린 시간순) 대신 소설가와 시인과 번역가와 철학자라는 호명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반려견과 딸과 전남편의 아버지를 부양하면서 글을 쓰는 이들의 생계를 생각한다. 갖가지 갈등 속에서 방법과 타협지점을 찾는 과정이 경이롭다. 이들이 함께하는 풍경은 모두 미래형이다. “(...) 할 것이다.” 가능성만으로 존재하다가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는 미래는 슬프다.

 

이들은 (...) 스스로 기약한 가까운 내일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지뢰밭 같은 오늘을 회피하지 않는 기개가 있어요. (...) 이들을 추동하는 힘은 앓는 사람이자 생존 중인 사람인 철학자를 향한 무한한 경의, 그리고 녹록치 않은 자신들의 오늘에 완벽에 가까운 내일을 선물하고 싶다는 투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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