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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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번역가를 확인하고 의심(?)걱정 없이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다(느리지만 늘어나는 중). 안톤 허 번역가는 정보라/박상영 작가님 책과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존재감이 남달랐다.


 

! 한국문학번역원 유튜브 토크 영상 검색해 보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번역가의 토크에 그렇게 크게 웃어본 건 처음이었다. ‘번역가란 여러 통상 이미지와 전혀 합치되지 않는, 낯설지만 유쾌한 분이었다. 직접 에세이를 쓰실 거란 생각은 못해서 깜짝 선물처럼 느껴진다.

 

토크 영상을 보며 궁금한 것들이 생겼는데, 그 이야기도 혹 들을 수 있을까 해서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설레며 읽었다. 주말엔 책을 읽지 말고, 몸을 움직이자는 결심을 했는데, 토요일은 넘기고 일요일인 오늘은 결국 참지 못했다.



 

아주 두꺼운 에세이였으면 좋겠단 희망보다는 작은 책이지만, 재밌고 즐거워서, 아른아른 노란색에도 자꾸 웃음이 났다. 겁쟁이고 겁쟁이로 살 거라서, 내 손으로 망치는 인생이 무섭지만, 기회(?)가 온다면 덕분에 주저 없이!

 

번역은 창작이고(예술이고) 번역가는 작가이고, 수입 번역 학문과 문학 등등이 이렇게나 많은 국가에서 번역청 없는 거 수십 년 전부터 이상하고, 그나마 배정된 관련 예산마저 없애는 정권…….

 

급 무력하고 무기력하고 울울해지지만, 그럴 때 다시 책으로 얼른 돌아와 계속 읽으면 또 웃게 된다. 지긋지긋한 주류니 정상이니 유효기간 지난 작동하지 않는 것들 다 치우고, 새로운 가치 사회를 만들어 여러 가지 낯설고 유쾌하고 기쁘고 즐거운 일들을 실감하며 살고 싶다.


 

하지 말라고 안 했으니하고, ‘하지 말라고 해도종종 하며, 그래도 무례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은, 의지적이고 능동적이라 품위 있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봤다는, 살아가자는 멋진 이야기다.

 

지식은 번역가에게 해로우며, 지식의 해를 최소화하려면 더 많은 지식을 체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식을 체득하다 보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는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죠. 이때 따라오는 회의감과 불안이 좋은 징조인 이유는 무지의 인지를 여러분이 더욱 열심히 번역하게끔 독촉하고 배우는 자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만드는 가짜뉴스에 챗gpt가 만드는 가짜뉴스에, 오래되고 강력한 가스라이팅에, 끝없이 갱신되는 프로파간다에 정신이 없지만, 제 정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 믿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아름다운 번역과 문학의 이야기였다.

 

번역은 단어에가 아니라 단어 사이의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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