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 우리를 날게 한 모든 것들의 과학
임재한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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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를 무서워하기 전에는 해질 무력 새들이 쏴아아 날아가는 모습이 눈에 띄면 한참 보곤 했다. 그러다 궁금했다. 새들은 왜 부딪히지 않을까. 어떻게 서로의 움직임을 아는 거지? 찾아보니 벌써 연구한 사람이 있었다.


 

영어를 배우다, 물살이(물고기) 지느러미를 날개wing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살이들은 물속에서 날아다니는구나, 깨달음과 부러움이 동시에 왔는데, 찾아보니 물 밖에서도 날아다닐 수 있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조금 서러웠다. 뚜벅뚜벅 걷거나 뛰거나 점프 밖에 못하는 것이 속상했다. 새도 물살이도 곤충도 나는데. 인간은 아주 오래 날기flying를 동경했다. 스스로 날도록 진화는 못하고 나는 장치를 만들었다.


 

첫 비행이 기억난다. 생각보다 전혀 무섭지 않았다. 좀 지나자 흥분이 가시고 긴 비행시간이 꽤나 지루했다. 옆 두 자리가 다 비어서 누웠다 앉았다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책을 읽다 잠들었고 깨어나니 도착이었다.

 

이 책은 비행기 덕후가 쓴 반가운 책이다. 덕후가 되기엔 열정과 몰입이 부족해서 덕후분들이 늘 궁금하고 부러운 나는, 오래 전 유체역학시험 보던 괴로운 과거를 잊고, ‘날기flying’를 새롭게 만나보았다.

 

중학생 저자의 삶을 바꾼 <항공 사고 수사대Air Crash Investigation> 다큐멘터리가 궁금해서, 일독 전 먼저 보았는데, 사고 후 수습 현장에서, 원인분석과 사후연구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대단히 흥미로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가 사고 없이 이착륙비행을 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을 보니, 책에 담긴 내용이 좀 더 소중했다. 필요하거나 원하는 곳으로 나를 무사히 데려다준, 여러 비행기들을 떠올리며 진지하게 배워보았다.


 

숫자와 공식을 이렇게까지 줄이면서도 필요한 과학이야기들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과학자이자 저술가이기도 하지만, 덕후라서 이토록 기쁘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다고 느꼈다. 좋아하는 마음이란 참 멋지다.

 

가능한 탄소배출을 덜 하는 삶을 지향한다. 철저하게는 못하고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한다는 주의다. 그러니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비행기를 타는 일은 최대한 삼가려 한다. 그래서일까, 살짝 그리우면서도 반가운 비행이야기였다.

 

언젠가 다시 비행을 할 일이 있으면, 공항도, 비행장도, 마지막 순간까지 점검하고 확인하고 일하는 멀리 보이는 이들도, 이착륙과 비행의 순간도 모두 더 생생하게 문장들로 떠오를 것만 같다. 어릴 적 과학 잡지처럼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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