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유령 앤드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앤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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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 곽재식(공학), 김상균(인지과학) - 의 소설을 먼저 읽어 보았다. 모두 소설이지만, 시선도 세계관도 문장의 느낌도 분명 다를 것이라서. 논픽션을 픽션처럼 읽는 버릇이 있음에도, 일독이 아쉬울 만큼 빨리 읽히는 단편들이다.

 

어릴 적엔 디스토피아에서 교훈을 찾으려고 했고, 커서는 불안이 늘어났고, 지금은 현실이 더 디스토피아라 작품 속에서는 잠시 휴식을 갖는다. 충격 방지를 위해, 미래가 기대 이상의 디스토피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미리 해둔다.

 

[메타갑] 메타버스라는 최신 과학 기술적인 공간에서, 정부의 행태와 사건은 전형적인 범죄다. 어째서 저런 수준의 정부만 갖는 것인지 깊은 한숨이. SF라지만 갈등의 구조와 면면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시시포스와 포르]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하는 인구수와, GPT에 질문해서 낭비하는 깨끗한 물, 인터넷과 각종 전자기기를 사용해서 자원을 낭비하고 지구를 오염시키는 순위를 모르겠다. 나이가 더 들면, 여러 이유로 VR기기를 갖고 싶어질 것 같아 흥미롭게 읽었다.

 

나는 여행에 관심이 있지만, 작품에선 가상현실세계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설정이다. 죄수를 벌하는 방법으로는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비용과다인 것처럼도 느껴지지만, 미래의 에너지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엑소더스] 반가운 박서련 작가의 작품이다. 이미 현실 범죄로 발생 중인 사건처럼 기시감이 들었다. 가상게임, 금융사기, 게임머니. 와중에 누군가는 돈을 벌고, 그 사실이 망상을 더 부추기고 피해자들을 끌어 모으는 늪 같은 구조. 가상세계의 금융사기를 비롯한 범죄는 슬프지만 더 늘어날 것만 같다.

 

[목소리와 캐치볼] 가장 문학적인 작품이라고 느낀다. 어느새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관계를 고민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낯설지가 않다. 깊은 고민을 하는 인간보다 더 인지적이고 지성적인 태도를 보이는 존재의 이름이 인공지능 753이라는 것이 묘하게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인간은 책도 안 읽고, 인문학적 교육도 훈련도 고민도 덜 하고, 서로를 해치고 죽이며 멸종으로 가는 도중에 점차 지적인 퇴화를 겪고, 인공지능은 점점 더 인간의 기능과 장점을 가진 존재로 진화하는 것인지 그런 생각을 문득 한다. 이 모든 건 누구의 기획일까, 여전히 우연일까.

 

오래 살아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나 보고 싶기도 하지만, 뇌 데이터를 업로드 하는 방식의 영생을 원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인공지능 753의 경고처럼, 인간에게 그런 현실은 지옥과 다름없을 지도.

 

밖은 고통스럽잖아. 서로 무시하고 진심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진심을 말해도 자기 마음대로만 듣지. 그래서 너무 외로웠어. 너무.”

 

일독 후 가상 세계 속 감각 자극만 남고 현실은 더 초라해지는 미래를 살게 되는 건지 아이들의 미래가 두려웠다. 그럼에도 이렇게 재미난 단편들이라면 10개쯤 묶어주셨으면 더 좋았겠다. 너무 금방 읽어서 아쉽고 헛헛하다.

 

원래 인생은 슬픔이었어. 그냥 다른 슬픔이 하나 더 늘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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