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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과자
이시이 무쓰미 지음, 구라하시 레이 그림, 고향옥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8월
평점 :
바라던 만큼 불어를 배우진 못했지만, 생존 불어에는 요리와 식재료 이름이 많았다. 이제는 연도도 헷갈리지만, 단 한번 겨울의 파리, 삼각형(?) 플랏에서 친구의 ‘걀렛뜨 데루아 푀유떼Galette des Rois Feuilletée’를 만났다.
왕관과 도자기 인형은 생략된 파이였지만 정식 설명을 들었다. 잊었는데, 아름다운 책 덕분에 추억도 향도 맛도 기억이 돌아왔다. 사진이 있어 기쁘다. 그리움은 허기와 같은 걸까, 친구에게 얻어 온 비건 피자 마지막 한쪽을 먹었다.
내키면 간단 베이킹을 대충 하는데, 너덜해진 해마는 최근 기억이 없다고 한다. 이미지든 문자든 기록이 없다면, 이제 나는 내 삶을 기억할 수 없나보다. 5월치곤 무척 더웠던 어느 날, 레몬파이를 구웠던 흔적을 찾았다.
갈레트 데 루아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에는 밀가루, 아몬드 가루, 설탕, 버터, 달걀 그리고 페브,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혀 다른 파이가 태어난다. 몇 번이나 더 파이를 구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도자기 인형을 숨기는 이벤트를 따라하고 싶다.
블랑 씨가 작은 도자기 인형 밀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잘 가렴. 너는 또 누구를 행복하게 해 주려나."
"내가요?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거예요?"
친구가 팬데믹 기간 동안 운영하던 베이커리를 닫았다. 친구의 사정을 캐묻지도 못하고, 뭐라 위로할 말주변도 부족한 나는, 앞으로 생일케이크는 누구에게 해달라고 하지, 하는 한심한 생각을 했다.
베이커리엔 행복한 사람들이 들어오고 행복해져서 나간다는 이야기에 많이 부러웠다. 파이나 케이크를 사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특히 아이들은 손이 들린 상자를 보며 틀림없이 매번 행복했을 것이다.
행복하라고 아름답게 만든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보는 내내 무척 행복했다. 계절이 바뀌면 행복한 향이 짙게 번지는 파이를 다시 구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