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참맛
박민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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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꾸준히, 한결같이... 이런 태도를 평생 좋아했다. 한탕주의, 지름길, 비법, 치트키는 불쾌하고 역겹다. 나의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세상은 반칙과 범죄를 촘촘하게 걸러내지 못하고, 사회자본은 다른 모든 걸 개의치 않고 욕망만을 따라 모이고 흩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의 태도로 살던 이들이 실질적인 결과와 성과를 보이는 경우들도 많아서 좋고 안심이 되었다. ‘한결같이란 변함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물결처럼 어떤 방향성, 지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오래달리기가 좋았다. 한 방향으로 오래 나아가는 행위가 좋았다.

 

난 어려서부터 꾸준함에 매료됐다. 꾸준할 때 얻어지는 성취, 적금처럼 차근차근 모아서 이뤄내는 만기의 기쁨을 좋아했다. 다른 재능이 없으니, 인내심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노림수도 있었다.”

 

어쩌면 80, 90세에 마라톤을 하는 이들 틈에서 노인이 된 나도 다시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틀어진 관절을 조립하듯 걷기가 하루의 유일한 위안이다. 관절이 부드러워지면 생각도 영향을 받는다. 오래오래 걷고 싶지만 한국의 여름은 지옥의 화염 같은 호흡을 뱉게 한다. 계절이 바뀌면 더 오래 걸어야지.

 

사람을 번아웃시키는 건 노동의 강도와 양만이 아니다. 무력함과 무기력과 실망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상황도 그렇다. 그래서 생전에는 그 결과를 못 볼지도 모르지만, 역사 속에서 오랜 시간을 걸쳐 결국 복원하고 막아내고 이뤄낸 사례를 본다. 오존협약을 맺고 40년 만에 다 회복된다는 오존층 소식처럼.

 

그런 사례는 묵묵히, 꾸준히, 한결같이 노력해서 얻은 뇌의 근력이 된다. 오늘부터 몸의 근력운동을 더한다. 맨몸으로 당장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스쿼트를 오랜만에 하니, 고민의 무게보다 몸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만큼 근육이 줄어들었다. 힘든 건 괴로운 게 아니라서 예전보다 힘들지 않다.



 

이미 투기된 오염수를 하루라도 빨리 중단시키려면 힘을 내야 한다. 그 힘은 근력을 가진 몸이 지탱할 것이다. 오래 걸릴지 모르니, 오래 단련해야 한다. 낙관할 수 없어 기분이 초라하고 암담한 지금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도, 뇌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운동해야 한다.

 

좋든 나쁘든 습관이 그 사람을 규정한다. 난 누군가의 하루를 보면 그의 삶 전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프랙탈(fractal)처럼 하루가 모여 인생 전반을 형성한다고 믿고 산다. (...) 리추얼이 깨지면 하루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여름이 끝나간다. 더 미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세상에 끌려다니기 싫다면 시쳇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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