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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마인드 -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내면의 힘
지나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평점 :
일체유심조를 진심으로 믿어 본 적은 없지만, 같은 외력과 고통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때론 참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건 경험으로 배웠다. 그렇다고 너는 왜 그렇게 나약하나, 더 잘 받아들일 수 없었나 등으로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스스로에겐 그런 짜증을 부릴 때도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성인이 조사 때마다 40% 이상이고, 자살률은 여러 해 1위이고, 출생률은 인구붕괴 수준이다. 집단자살 사회라고도 불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한 사회로도 호명된다. 그러니 아프고 힘든 걸 개인 탓을 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늘 무탈할 수 없어 마주하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살아가는 힘과 지혜는 궁금하고 부럽다. 경험을 통해서만 배우고 키울 수 있는 거라 더욱 그렇다. 자율신경계 장애와 만성피로증후군, 얼핏 아는 것도 같지만, 난치병 진단을 받고 겪으며 살아가는 경험은 전혀 다른 일이다.
오래 전 통증이 대단한 병에 걸렸을 때, 밤이면 통증이 심장으로 몰려들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호흡에만 집중했다. 심호흡하는 법, 긴장을 이완하는 훈련을 그 덕분에 익숙해지도록 할 수 있었다. 저자 역시 닥친 불행 앞에 ‘유일하게 가능한 것’을 찾아 집중한다.
심리정신과 교수로서 코어core 관련 단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코어 바디, 코어(핵심) 신념, 코어 마인드. 정신/심리적 고통을 좀 덜 수 있는 힘이라고 이해했다. 좀 더 키우고 단단하게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내 경험으로는 몸의 근육보다 키우기가 훨씬 더 어렵다(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라 짐작하지만).
불안은 일렁이고 화는 치솟는 요즘에는, 그러느라 그나마 챙긴 체력도 정신력도 망가진다. 알지만 반복하는 자신이 짠하다. 프로 작심삼일러가 되고 있다. 훨씬 더 많은 강박이 있었는데, 많이 놓았다고 생각하지만, 살아간다는 것 갖가지 걱정과 근심이 통과하는 트랙을 달리는 것과 같다.
감정(마음)을 들볶지 말고, 의미/가치에 매몰되지 말고, 가능한 지향하는 방식의 관계를 나 자신과 맺고, 실패와 좌절에 겁 내지 말고, 그럴 경우 다시 일어서고 걷는 법을 기억하기. 좀 더 차분하게 반응하며 살고 싶다. 대단한 일은 못하지만, 잔잔하게 덜 불행하고 싶다. 그래야 민폐도 덜 끼친다.
가장 인상적인 제안은 썩은 쌀가마니가 있다면 창고에서 꺼내서 버리라는 것,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growth) 그리고 수면에 관한 조언이다. 여름 불면은 여름이 지나면 낫겠지, 희망한다. 세상모르게 일 년에 하루 정도는 푹 자고 싶다. 작고 어려운 소원이다.
지나영 교수/의사께서는, 난치병이 더 힘들고 고통스러워지지는 않기를, 단단한 코어를 잘 지키고 키우시며 사시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