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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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노트를 꺼내어 인물들을 정리/기록하였습니다. 24명인데, 이름과 특징을 간단 메모하며 읽는 것이 좋을 듯해서. 그렇다고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거나 무겁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끊임없이 모두 의심해야 하는 피로감도 없습니다.

 

단지 호텔이라서 다양한 이들이 모여 왁자하고 떠들썩하고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원제인 The feast를 생각하게 하는 섬세한 구성이 멋집니다. 왜 필요했을까요, 그 축제는. 무엇을 위한 설정 혹은 기획이었을까요.

 

기후가 온화하고 맑고 콘월에서, 독특한 억양의 영어로 시낭송을 좋아하는 볼이 발그레한 요정 같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오후가 되면 얼굴만 아는 사람이 스콘을 사주는 넉넉한 곳에서, 서스펜스 가득한 이야기를 상상하며 읽으니 현실과의 괴리가 즐겁습니다. 1947년으로 타입슬립한 착각도 종종 듭니다.

 

사건의 결론은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는 자신만만하고 멋진 스토리텔링입니다. 단서들도 클래식하게 일기, 편지, 대화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인간은 존재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는 걸까요.

 

에너지 저장고가 작고 소비효율이 낮은 저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강렬한 욕망들과 뜨거운 감정들에 폭염 속 호흡처럼 어지럽기도 합니다. 재난은 공평한 사고일까요. 구원은 무엇일까요. 있다면 받을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인간이 저지르는 죄란 무엇일까요. 속죄는 어떻게 해야 가능한 걸까요.

 

몰입이 흩어지지 않았음에도 예상보다 읽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떤 문장들은 1947년에서 2023년으로 순식간에 건너 와서 현실을 지적하는 듯하고, 평범한 일상의 미묘한 균열들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이미 품고 있던 감정들이 새로운 환경과 상호 작용이라는 자극을 받아 결정적인 역할로 변하는 역학이 아찔합니다.

 

"못된 사람은 몇 명뿐이지만, 그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가고도 남아요."

 

그래서 누가? 그래서 어떻게? 하며 계속 읽게 됩니다. 아무래도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요인을, 그 정체를 알고 싶으니까요. 그나저나 책을 덮고 나니, 올여름 휴가는 어떻게 보내야할지. 이 작은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살짝 두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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