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하다 싶게 소설만 읽는다. 과학서도 그럭저럭 읽히는데 에세이는 읽기가 힘이 든다. 왜 그럴까 싶은데 말로 꺼내 놓지 않아도 알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손에서 놓으면 복잡한 생각들이 폭우처럼 쏟아진다.

 

종이책으로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문득 두렵기도 하지만, 책은 우산이 아니라 창조된 세계라서 어느 날의 도피는 충분히 안전하고 편안하다. 도파민 분비량을 늘리라는 의존증이 심해지는데 작가의 에세이가 구원 같이 읽혔다.

 

소음처럼 들리던 불편했던 다른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이 책에 몰두하면서 증상이 완화되었다. 문장과 나 사이에 아무 것도 끼어들지 않는 느낌. 잠시 슬픔도 두려움도 복잡함도 저 멀리 물러났다. 환승의 마법인가 싶다.


 

아무리 부지런해도 가보지 않은 세계와 경험하지 못한 삶이 더 많다. 매일 성장하던 한 시기에 나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발작적인 호감을 가졌다. 덕분에 만난 멋진 세계와 사람들도 많았다. 내 취향이 되는 과정이 행복했다.


 

그때는 내 고유성이나 정체성에 대해 완고하지 않았다. 막 시작한 그림처럼 한 선과 한 색을 더하며 살다보면 언젠가 작품 같은 삶의 형태가 선명해질 거라 믿었다. 그 모든 기회와 선택을 환승이라 불러도 좋을까.

 

결국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최초이자 최후의 환승지는 자기 자신이다. 정말 좋은 사랑이라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온전한 가 남는 것이다. 오롯이 나로 환승하는 것이다.”

 

아프고 슬프지만 힘을 내고 싶은 묘한 엔딩을 한정현 작가의 소설들에서 느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싶어 부족한 내 어휘들 속을 한참 헤맸다. 그가 불러내는 인물들과 서사가 늘 궁금해서 새 소설을 기대했다. 그런데 스핀 오프처럼 작가의 세계에 잠시 답사 오는 기분도 뜻밖에 즐겁다.

 

자꾸만 자주 휘발되는 가치에 관한 것, 내가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나가는 시간에 의해 가치 없음이 되어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소설 속에서 지켜보고자 했던 나. 여전히 내 안에서 가치로 남겨져 있지만 타인들에 의해 무가치해지는 무언가에 대해 써보고자 했던 것이다.”

 

드라마를 볼 시간은 없고, 영화는 가능한 한 주에 한 편은 보고 싶은데 그것도 매주 여의치 않아, 보고 싶은 영화들이 한 가득이고, 책은 현재진행형으로 숨 쉬듯 읽지만 못 읽은 책, 읽고 싶은 책들이 더 많다. 이 책을 읽으니 목록이 한참 더 길어진다.

 

좋아하는 한정현 작가 따라 환승을 여러 번 하고 싶으니 오래 살고 싶어지네. 분노는 뜨겁지만 금방 지친다. 작가의 메시지처럼 좋아하는 힘으로 힘을 얻어 힘내어 힘차게 살아보자.

 

! 저도 조류공포증 있습니다. 히치콕의 <> 무서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