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로 가는 길 -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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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7장 중 2장까지의 인쇄본을 읽고 발췌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첫 문장에 겁이 덜컥 난다. 한국은 어떠한 개혁도 바랄 수 없는 사회가 됐다.” 그런 것 같다는 얘기가 들린 지도 좀 되었고, 그렇게 보여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글로 책으로 정리된 분석과 제안을 읽고, 감정적 반응 대신 차분하게 직시해야 한다.

 

어떤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꿀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참고 눌러둔 기존 방식에서 비롯된 갖가지 부작용과 한계가 여기저기서 폭발하듯 분출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체제의 전반적 개혁이 필요하다.

 

사회공동체의 미래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정치이나, 작금의 정치권은 반응성과 책임성 모두가 결여되어있다. 여론 따위 아랑곳 않겠다는 발언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고 언론은 그저 받아 적는다. 명백한 범죄구성요건이 있어도 기소되지 않으면 법적 책임조차 지지 않는다.

 

개혁의 기회는 주저하는 매순간 허물어질 것이다. 이미 늦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 결과가 경제사회적 여건의 최종 결과물인저출산(저출생) 지표라고 한다. 최근에 스웨덴 노벨상 수상자이자 사회학자이고 정치경제학자인 부부가 공저한 <인구위기>란 책을 읽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분석과 해결안이 크게 유사한 것에 안심이자 걱정이 커진다.

 

👵👴 이 속도라면 고령화에서 절대 회복하지 못하는 나라: 한국, 이탈리아

 

경제적 격차가 극심하고 민주주의조차 약화된 지금 해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시도 자체가 가능할까. 게다가 정치 행위자의 무능은 사람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행태를 바꿔야 하는 과제다.

 

후보자와 지지자들을 포함한 정당 정치는 짜임새 있게 작동하지도 않고, 사전 네트워크도 없고, 당연히 정치적 지향점도 공유하지 못한다. 대신 근래 더 지겹게 자주 본 풍경은 고발하고 소송하는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다.

 

불안정한 정치가 역량마저 상실하고 타협점이 없으니, 정치적 의사 결정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집단적 선택을 내리는 정치 본연이 기능을 못하면, 미래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팬덤 정치는 정체성 정치이고, 그 결과 상대는 나의 적이 된다. 당연히 사생결단의 태도가 표출된다. 포괄적 의제가 설정되고 달성된 여지가 사라진다. OECD 국가 중 저출산 1, 2위인 한국과 이탈리아는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직업의 이중 구조가 강하고(정규직/비정규직), 소득과 복지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복지도 소득의 이중구조를 갖는다. 뿌리 깊은 가부장제 사회이다. 누적된 산업화 시대 문제를 안고 저성장 시대로 들어섰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스웨덴은 노사정이 대타협을 해서 노동시장 구조를 뜯어고쳤다. 미국은 자유시장에 맡기면서 정부가 이를 보조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 재정을 투입하고, 동거, 한부모, 제혼 등 가족 구성을 실용적으로 인정하였다.

 

한국은 경제 구조와 정치 질서가 서로 맞물려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경제의 문제가 정치적 의사 결정 장애를 낳고, 그것이 경제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 한국 사회가 당면한 근본적인 과제다.”

 

한국을 떠나있던 2000년대 정치/사회 상황을 분석하는 내용들이 내게는 흥미롭고 유용하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기조와, (상위) 중산층의 정치적 발언력과 성향, 교육시장에 미친 영향도 간결하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발생한 것, 시작된 것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지만, 정치 질서가 밑바닥부터 허물어진 두 정당이 누가 덜 망하나 경쟁 중이라는 마지막 문장이 무척이나 아프다.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제대로 아는 것이 시작이고 아무리 참담한 분석이라도 분명 거기서부터 일어날 힘이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던 청년이 이태원 참사로 숨지고 이태원 참사를 슬퍼하던 청년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지는 일을 중단할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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