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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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전공과목 중에는 입자 물리학(Particle Physics, High-Energy Physics)이 있다. 배우다보면 핵분열/핵융합을 유도해서 폭탄과 발전소를 만드는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고민도 시작된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과학지식을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지 않고 활용하는 위험천만한 방식에 대해.



 

보리스 패시가 핵무기 수색 특공대를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여긴 반면, 가우드스밋의 눈에는 위험과 죽음만 어른거리는 미래가 보였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거라는, 과학으로 모든 것을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다. 과학적 발견과 발전에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아무리 위험해도 호기심에 무조건 실험을 할 것 같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많다.

 

눈 먼 과학에 대한 고민도 치열했고(그랬다고 믿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이 가진 힘을 막강해서 자본의 소유주가 바라는 방식의 지원이 이뤄지는 한 방향키를 과학자가 잡을 수는 없었다. 가장 큰 비극은 당시엔 최선이라고 믿은 것이 재앙이 된 경우이다.


 

이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큰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저 두 사람이 각자 반대편에서 핵분열 연구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고 있어.”

 

역사적 경험을 통해, 기록된 사례를 살펴서, 인류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전 인류가 공론을 펼치고 합의할 수 없으니, 언급한대로 연구개발 자금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과학계는 끌려간다.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2차 세계 대전 핵개발과 관련된 추리소설 같은 과학사이다. 저자가 물리학 전공자이고, 많은 자료에 근거해서 정밀할 정도로 잘 그려내는 당시의 풍경이다. 물리이론 풀이 방식처럼 글이 정갈하다.



 

과학을 다루는 역사서지만 과학 지식이 필수라고는 할 수 없다. 관심이 있는 누구나 흥미롭게 읽고 디테일을 많이 배울 것이다. 대강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늘 모르던 내용이 있어서 나는 새롭게 정리하며 배우고 정보를 채웠다. 지질학에 대한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다.

 

현대의 더 복잡한 외교 관계에 비해, 나치와 연합국이라는 대결 구도는 차라리 선명해서, 오히려 이야기의 초점을 잃지 않고, 입장을 헷갈리지 않고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과학자들과 스파이들의 이야기니 관련 영화도 여러 편 기억이 나지만, 어떤 영화보다 더 풍성한 내용이 담겨 있다.



 

2차 세계 대전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핵은 남았다. 무기로서 핵은 계속 늘어났다. 비공식적인 사고들이 얼마인지 모르고, 핵폐기물과 오염수를 얼마나 무단 방류해 왔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체르노빌은 여전히 죽음의 땅이며, 2011년 후쿠시마 재앙은 아직 수습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국토 면적당 핵발전소 비율이 가장 높은 한국사회에는 어떤 재앙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인공위성이 별빛을 가리는 시대에, 이 책에서처럼 더 이상 아무도 모르게 첩보작전을 수행하는 과학 특공대가 마침내 위기를 끝내고 세계를 구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의 역사에서, 두 가지를 희망처럼 기억하려 한다. 히틀러의 나치독일을 막았다는 것, 인류 공존/공멸의 문제에는, 야구선수(모 버그, 스파이 역할), 국적 불문 물리학자들, 노벨상 수상자들(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이렌 졸리오 퀴리 등), 군인들,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함께 역사의 난폭한 물결을 되돌리는데 뛰어들었다는 것.

 

그러니 우리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계약서에 서명하고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보다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면 이번엔 기후재앙/기후붕괴의 거대한 물결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화석연료 사용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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