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리드기하학, 문제해결의 기술 - 최소 지식으로 최대 아이디어를 만드는 수학적 사고법
박종하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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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기하학을 좋아했다. 도형이 등장하는 수학문제 푸는 것이 즐거웠다. 5학년 수학경시대회에서 풀 수 없었던 기하학 문제가 있었는데, 다음해에 또 똑같은 문제가 출제되어 두 번이나 쓰라린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다.

 

잊지 못할 상처(?)가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적분을 알아야 값을 구할 수 있었다. 출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어디에다 따져야 하는 지 한동안 분노했다. 그래도 기하학은 재미있었다. 이리저리 공간을 상상하는 놀이 같아 재밌다.




모든 기하학정리는 평행한 두 직선을 공통으로 지나는 직선이 만들어내는 동위각이 같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체계적으로 증명됩니다.”


 

기원전에는 소수의 천재만 이해 가능했던 유클리드기하학을 이제는 배우고 설명을 들으면 아주 많은 이들이 활용도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인류의 수학적 사고력은 계속 커져왔다고 할 수 있다.


 

수학의 어떤 분야는 현실 세계와의 접점이 아주 멀거나 약하지만, 다른 분야들은 부재한다면, 인류 문명의 어떤 것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실용적인 쓰임을 갖는다. 수학이 밥도 먹여주고 잠도 재워주고 살게도 해준 것이다.


 

수학은 암기도 연산도 아니다. 한국사회에는 학문을 신기한 재주나 기술처럼 전시하고 과시하는 다소 저질스런 유행이 있었다. 덕분에 특별한 암산 재능을 가진 이들이 수학을 잘 할 거라는 오해가 깊어졌다.

 

수학은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정작 수학 문제를 풀 때에는 별생각 없이 계산을 빠르게 하려고만 합니다. 계산만 빠르게 하는 것보다 생각을 깊게 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수학도 과학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방식이다. 암기과목들과 아닌 것으로 버젓이 학습이 분류되어 있는 참 별로인 교육시스템에서 공허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라고 할 밖에.


 

문제를 만나면,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고, 해법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1, 2점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마당에 이 문장 역시 한없이 공허하고 서글프지만). 그런 사고훈련을 겪지 않으면, 수학이 아니라 일상과 현실의 다른 문제를 만나서도 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원인을 제대로 찾고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정직하게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됩니다. 아이디어가 있는 문제를 다양하게 풀어본 학생이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외면, 회피, 무마, 덮기, 반칙 혹은 범죄적 행위다. 너무 극단적인 예인가 싶지만, 한국사회에 층층이 쌓인 문제들와 문제 제공자들이 보이는 태도와 사후 처리 방식을 톺아보면 과장이랄 수는 없다.

 

이 책의 논조와 달리 수학에 대한 사견이 길어졌다. 수학은 풀이에 가치가 있다는 것, 상상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통해 삶을 마주하는 힘이 키워진다는 것, 기하학은 재밌고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노력한 만큼 수능도 잘 보시기를,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점수를 잘 받으시기를 힘껏 응원한다.

 

1000여 개의 유클리드기하학 문제들 중 153개를 수록했다. 자신의 속도로 차분하게 찬찬히 스스로를 훈련시키기에 좋은 분량이다. 내게는 무척 재밌는 반가운 책인데, 우리 집 십대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잘 소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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